하이닉스 임시주총 뭘 남겼나

 지난 24일 열린 하이닉스 임시주주총회가 소액주주들이 배제된 채 대주주인 채권단의 투표만으로 새 이사회 구성을 매듭짓고 폐회됨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이날 오후 7시 45분께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속개, 신임이사 선임과 감사위원 선임안을 표결에 넘겨 주총 참여주주 98%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집중투표제 도입과 회사 주요 사항에 대한 의결정족수 강화 등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안건은 처리를 보류했다.

 주총 사회를 맡은 하이닉스 박상호 사장은 오후 7시 45분께 주총장에 나오자마자 4건의 안건에 대해 표결처리에 들어가 1분여 만에 “채권단 관계자가 채권단 1호(집중투표제), 2호(의결정족수) 안건은 보류하고 3호(신임이사 선임), 4호(감사위원 선임) 안건은 가결시켰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폐회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주총 무효를 선언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소액주주 반발 확산=24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임시주총은 정회와 속회를 반복하며 난항을 거듭해오다 대주주의 투표결과만으로 일부 안건이 기습처리되며 9시간 42분 만에 막을 내렸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결과에 수긍할 수 없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이날 주총에 참석했던 하이닉스살리기국민운동연합회(회장 오필근) 회원 및 소액주주 가운데 40여명은 주총이 끝난 후에도 2시간여 동안 주총장에 남아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연합회측은 주총장에서 확보한 속기록과 영상녹화 자료를 근거로 자문 변호사에게 의뢰한 결과 소송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른 시일내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연합회의 오필근 회장은 “임시주총에서 안건이 제대로 상정되지도 않은 데다 장내에서 표결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건을 처리한 것은 분명한 불법행위”라며 “법률자문과 공조해 결의부존재 확인소송과 결의사항 이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추후 실시될 감자와 기업분할 및 매각 등에 관한 주총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번 임시주총의 결과로 채권단에 대한 불신이 더욱 심화됐으며 소액주주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연합회측의 생각이다.

 ◇남은 안건 어떻게 처리되나=집중투표제, 의결정족수 강화, 이사선임, 감사위원 선임 등 4가지 안건 가운데 집중투표제와 의결정족수 강화안은 보류되고 나머지는 통과됨에 따라 보류된 안건에 대한 처리문제가 남았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 관계자는 “남은 안건은 다음 주총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부 안건에 대한 처리 보류결정이 나긴 했지만 임시주총에서 4가지 안건 모두가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킨 상황에서 투표의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즉 보류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별도의 이사회가 소집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하이닉스는 25일 오후 3시 첫 이사회를 열었으나 임시주총에서 표결로 확정된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 관한 논의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당초 안대로 우의제, 박상호 사장은 공동대표로 선임하고 사내이사로 전 외환은행 부장이었던 정형량씨를 재무담당임원(CFO)으로 선임했다. 또 전용욱 중앙대 교수, 장윤종 산업연구원 부원장, 이동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김범만 포항공대 교수, 김수창 킴앤컴퍼니 대표변호사, 박시룡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향후 일정=회사 운영과 관련한 이사회 구성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하이닉스는 이달 말로 예상된 회사실사 결과를 토대로 경영정상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아직 하이닉스는 어떤 방식으로 분할할지, 분할 후에는 어떻게 처리할지, 독자생존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 다만 실사기관인 도이체방크가 어떤 실사결과를 내놓을 것인가에 따라 하이닉스의 향배가 결정된다.

 하지만 채권단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이 임시주총을 통해 전원 정식 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채권단의 입지가 강화됐고 그 입김 또한 커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상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채권단이 추천한 이사들을 선임하더라도 향후 기업분할이나 매각 등 중요 안건을 처리할 때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결정족수를 강화하려던 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입지가 강화된 채권단과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소액주주간의 대결양상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