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 이동통신사업자 고유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는 통신료 수익을 콘텐츠업체나 서비스업체와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어 향후 통신료 수익 배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최근 은행권이 이동통신사업자들에 휴대폰 모바일뱅킹에서 발생한 통신료 수익의 일부를 배분해줄 것을 요구한 데 이어 포털업체 등도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현재 이동통신회사가 모두 취하고 있는 통신료 수익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업자들은 통신료 수익을 배분할 경우 무선인터넷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이동전화 무선인터넷을 통해 모바일뱅킹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은행권은 최근 금융결제원 산하 전자금융포럼내 모바일분과위원회를 통해 이동통신회사들에 통신료 배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자금융 표준화 등을 위해 만들어진 이 포럼에는 은행은 물론 이동통신회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전자금융포럼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은행 관계자는 “분과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이동통신회사측에 통신료 배분을 요구했다”며 “모바일뱅킹이 상당한 통신료 매출을 일으키는 데 비해 은행이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은 전혀 없는 만큼 이동통신회사들이 모바일뱅킹으로 인해 발생한 통신료 수익을 배분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이나 벨소리 등의 유료콘텐츠와 달리 모바일뱅킹의 경우 일반 인터넷뱅킹과 같은 수준의 수수료 이외에 별도의 정보이용료가 붙지 않는다. 이 때문에 모바일뱅킹 이용에 따른 통신료 수익을 얻는 이동통신회사와 달리 은행은 관련 매출이 없다는 게 은행측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수수료는 은행 네트워크내에서의 송금이나 계좌이체 등에 따른 비용일 뿐 무선인터넷 투자에 대한 보상은 아니다”며 “그렇다고 모바일뱅킹에 별도의 정보이용료를 붙인다면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이외에 무선인터넷망 개방 이후 무선포털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포털업체 등도 이동통신회사가 모든 통신료 수익을 취하는 시장구조가 개선돼야만 참여업체가 늘어나 무선인터넷 시장이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이통사 역시 막대한 통신료 수익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포털업체들은 게임이나 증권 등 일부 유료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준비중이지만 기본적인 서비스는 별도의 정보 이용료 없이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무선인터넷 사업을 통한 매출이 미미한 상황이다. 포털업체 한 관계자는 “통신료 배분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긴 하지만 공론화되지는 않고 있는데 이는 이동통신회사가 망 개방에도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주장이 먹혀들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라며 “무선인터넷망 개방이 임박했음에도 여러 포털업체들이 시장 참여를 주저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통신료 배분이 무선인터넷 시장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 관련업계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통신료 수익 배분 주장에 대해 이동통신회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선 이같은 통신료 수익 배분은 유선인터넷에서도 유례가 없을 뿐더러 이동통신회사별로 무선인터넷에 연간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붓는 등 적자를 감수하고 망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신료 배분으로 수익성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선인터넷 트래픽 증가가 반드시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한 이유다. 이동통신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특성상 트래픽이 증가하면 그만큼 설비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동통신 요금은 규제 요금이라 이동통신회사에 돌아가는 마진 수준이 높지 않다”며 “만약 통신료를 배분해야 한다면 그만큼 데이터통신요금이 올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