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종 코리아텐더 사장(40)은 골드뱅크의 이미지를 ‘180도’로 바꿔놓은 인물이다. 골드뱅크라는 닷컴기업을 코리아텐더라는 신유통기업으로 변신시켰다. 유 사장이 유통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데는 ‘텐더’ 라는 모델이 한몫을 했다. 텐더는 비공개 입찰방식 경매 홈쇼핑이다. 미리 정해진 최고가와 최저가 사이에서 소비자가 직접 상품가격을 정해 입찰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텐더의 시초는 이스라엘입니다. 이스라엘에서 개발된 이후 미국·싱가포르 등 이미 10여개 국가에서 이를 도입해 서비스 중입니다. 스스로 정한 가격에 낙찰받고 싼 가격으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외국에서는 대표적인 홈쇼핑 모델로 자리잡았습니다.”
유 사장이 텐더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0년 12월. 코리아텐더의 전신인 골드뱅크가 닷컴산업의 침체로 날개 없이 추락하면서 사업모델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사실 유 사장은 유통과는 거리가 먼 순수 엔지니어 출신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하고 리튼데이터시스템스·IBM 등에서 활동했다.
“2000년 4월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보니 회사에 남은 것이라곤 800억원 규모의 유가증권뿐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골드뱅크가 가진 모델은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우선 방만하게 벌여진 사업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시작한 사업이 바로 텐더 비즈니스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업이었지만 유 사장은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다. 구매력이 있는 30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카탈로그 위주에서 인터넷 등으로 상품 정보 채널을 다양화했다. 쇼핑몰이나 TV홈쇼핑과 차별화하기 위해 상품 기획에도 남다른 신경을 썼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초반 다소 생소한 쇼핑 방식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서서히 기반을 잡아나갔다. 지난 한 해 16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올 상반기 2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연말이면 700억원 매출은 거뜬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월 2억원에서 시작한 매출이 올들어 30억원을 상회할 정도로 급성장한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사업 내용과 회사명을 통일시켜 시너지를 내자는 의도에서 아예 코리아텐더로 이름을 바꾸고 유통기업으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유 사장은 최근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입찰기간이 10일이나 걸리는 기존 텐더를 완전히 인터넷 기반으로 바꾸고 당일로 입찰 결과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텐더라이트’를 신설했다. 또 공동구매·일반경매·전문몰 등 다양한 사이트를 운영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텐더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점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다른 데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로 텐더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