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사피엔스 이야기>(28)황금알을 낳는 로봇

 

 “그런데 앞으로 무슨 로봇을 만들어야 돈이 될까요.” 로봇제조업체를 취재하다 보면 가끔 엔지니어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만들면 돈이 되는 로봇, 미래시장에서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로봇은 무엇인가. 아마도 국내외 로봇업계 공통의 관심사일 것이다. 로봇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유통되는 재화인 이상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생산, 보급이 불가능하다.

 정부나 학교연구소에 개발하는 연구용 로봇이야 기술적 가능성만 보여주면 그만이다. 그러나 꿈같은 로봇세상은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기술적 성취뿐만 아니라 실제로 산업화에 성공해야만 우리 일상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신문·방송을 통해 ‘바다 건너 외국에선 이처럼 신기한 로봇도 등장했다’는 식의 기사를 자주 접해왔다. 냉철하게 본다면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단지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된 로봇이 보통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로봇은 수익성을 검증받아 대량보급에 성공한 상품이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가장 성공적으로 보급된 산업용 로봇을 살펴보자. 초기 자동차공장의 조립용도로 개발된 산업용 로봇은 전세계 공장에 보급돼 현재 하드웨어면에서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진보했다. 자동차회사 입장에서 차량 보급이 급증하면서 일부 생산라인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자동로봇이 경제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때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간주되던 산업용 로봇시장은 현재 성장한계에 부딪히고 잘나가던 일본계 로봇업체들은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만성적인 수익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갑작스럽게 퍼스널 로봇시장이 차세대 기대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도 산업용 로봇시장의 퇴조와 무관치 않다. 최근 국내 로봇업체들도 여러 형태의 퍼스널 로봇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소비자가 퍼스널 로봇을 원하는지 돈을 주고 구입할지에 대해서는 로봇제조사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궁극적으로 로봇산업의 성패를 쥔 것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다. 현재로선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적합한 로봇상품을 제조하는 업체가 한국에서 나와주기를 눈치만 보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내게 질문했던 그 엔지니어에게 주제넘게 한마디 답변한다면 결국 로봇산업도 궁극적인 수익모델은 소프트웨어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과거 컴퓨터산업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위주의 수익구조로 발전했던 것과 동일한 전철을 로봇산업도 따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한글의 문법체계를 이해하는 인공지능 알고리듬이나 로봇제어에 적합한 전용 OS 따위는 국내 로봇업계가 절대 놓쳐서는 안될 핵심요소다. 몇 푼 남지도 않는 PC에 비싼 로열티를 내고 윈도 OS를 탑재하는 상황이 미래 로봇산업에서도 재현되선 곤란하지 않은가. 황금알을 낳는 로봇이 하루빨리 국내에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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