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포털 `가치네트` 출발은 `화려` 성적은 `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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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계열 금융포털이자 인터넷 지주회사인 가치네트(대표 김성훈)가 출범 2년여를 넘기면서 생존의 기로에 섰다. 사업을 본격화했던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현재 매출은 7억여원이지만 총 보유현금이 7000만원에 불과하고, 매출채권과 미지급금도 각각 4억원, 2억원에 달해 적어도 경영지표로는 바닥을 맴돌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의 든든한 ‘후원’ 아래 설립자본금 190억원(현 210억원)으로 출발은 화려했지만 결국 초라한 현실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한때 e삼성과 함께 ‘이재용사단’의 한축을 형성했던 금융포털 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으며 그룹의 특단적인 지원책이 없을 경우 가치네트의 운명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화려한 출발, 미약한 현실=지난 2000년 6월 설립된 가치네트는 초기 생활·금융 인터넷 포털과 지주회사를 표방하고 나섰다. 당시만 해도 200억원에 육박하는 자본금에다 삼성그룹 출신 인재들이 몰려들어 주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다 지난해 7개 제휴사이트 가운데 이니즈·삼일인포마인·네오넷·365홈케어 등 4개사가 정리되고, 대출중개 사이트인 뱅크풀이 합병되면서 지금은 ‘금융’ 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다.

 자회사도 증권분야의 FN가이드(대표 김군호)와 보험중개사이트 인스밸리(대표 서병남)만 남아있는 실정. 각각 자본금 65억원과 20억원으로 시작한 두 자회사도 현재 미미한 실적에 허덕이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각각 19억원과 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치네트 측은 이같은 경영실적이 초기 투자상 불가피한 결과라며 금융포털 사업이 진화해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으나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으며 FN가이드의 경우 최근 월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했다”면서 “온라인 금융유통 등 새로운 사업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가치네트가 당초 주력사업으로 추진했던 개인대상의 온라인 재무설계사이트 웰시아(http://www.wealthia.com)는 전체 회원수 50만명에도 불구하고 유료회원은 1100여명에 그치고 있다. 실적도 컨설팅과 솔루션 판매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며, 전문 교육사이트인 웰시아에듀(http://www.wealthiaedu.com)나 금융전문가 사이트 웰시아프로(http://www.wealthiapro.com)가 받치는 정도다. 삼성 계열사들을 비롯해 기업대상의 오프라인 금융서비스가 주수입원인 셈이다.

 광범위한 사업영역에 걸친 전문성을 내세워 출발했지만, 충성도 높은 온라인

개인고객 등 뚜렷한 사업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현재로선 새로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결국 머니오케이·이머니·e신한 등 선발 금융포털을 제치고 자리잡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데 가치네트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가치네트의 진로는=현상황을 고려할 때 획기적인 외부 변수가 등장하지 않는 한 활로를 모색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차원의 지원은 더욱이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룹 후계자 구도와 맞물려 재용씨와 인터넷 계열사들의 ‘관련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지난해 이후 삼성의 본심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후계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은 최대한 불식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설사 성공하더라도 또다시 세간의 얘깃거리로 불거진다는 점에서 그룹이 선뜻 지원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가치네트측은 “내년부터는 사용자 성숙도 등 전반적인 시장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면서 “외부 지원없이도 독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근 팍스넷 인수에 나선 SK텔레콤, 신한지주 계열의 e신한의 행보와 함께 가치네트의 진로가 조만간 금융포털 시장의 커다란 변수가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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