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상실이 전세계 증시를 강타하고 있다.
반도체 업종은 당초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회복을 나타내며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끌 주도군으로 꼽혀왔다. 올해 거래소시장 기준 1000선 돌파를 낙관했던 시장 전문가들도 올초 반도체와 LCD를 중심으로 나타난 경기회복이 여타 소프트웨어 부문과 유통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주가상승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3분기에도 반도체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줄을 이으면서 전세계 반도체주의 약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전세계 주식시장도 모두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만 봐도 반도체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았던 지난 4월 삼성전자가 44만원까지 오르고 종합주가지수도 940까지 상승하며 낙관론 일색이었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30만원 근방까지 하락하면서 지수도 700선 아래로 추락한 모습이다.
미국발 경제 위기, 가격경쟁 격화, 구조조정 지연, 설비투자 삭감, PC경기 회복 지연 등 곪았던 악재들이 하나둘씩 나오면서 전세계 반도체주가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다.
2분기 실적발표 시즌과 함께 인텔·AMD 등이 하반기 반도체 경기에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데 이어 전주말 대만의 TSMC까지 하반기 반도체 비관론에 동참했다. TSMC는 반도체 산업의 회복이 늦어질 것이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설비투자 규모를 20% 축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가공 생산업체인 TSMC의 비관적 전망은 3분기 전세계 IT 경기 회복의 지연으로 해석되며 국내는 물론 미국 반도체주의 폭락을 초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 2분기보다 낮아질 것이란 게 증권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전우종 SK증권 리서치팀장은 “IT경기, 특히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퇴색하면서 주도주 부재속에 시장 전반에 대한 기대도 많이 꺾이고 있다”며 “국내 산업은 반도체와 수출에 대한 비중이 높아 주식시장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주가 전망도 예전 낙관론 일색에서 많이 후퇴했다. 전세계 반도체주 가운데 가장 양호한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고 가장 저평가 상태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추가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엔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강력매수를 추천했던 많은 증권사들은 최근 30만∼40만원대의 박스권 등락이나 30만원대 초반에서의 저가 매수 쪽에 비중을 맞추라고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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