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의 발달은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이 연계된 제3공간을 탄생시키고 있다. 제3공간의 탄생은 새로운 삶의 양식의 출현을 의미한다. 도시공간에서 도시적인 생활양식이 등장했듯이 유비쿼터스 생활공간 속에서는 유비티즌과 그들만의 생활양식이 보편화될 것이다. 유비쿼터스적 생활양식으로 변화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도 가능하게 된다.
물리적 생활공간은 사람, 장소, 사물 등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생활주체로서 다양한 욕구를 갖는 동시에 고유한 기능을 수행한다. 주거공간, 놀이공간, 쇼핑공간, 학습공간, 작업공간, 교통공간, 휴식공간 등이 인간이 살아가는 대표적인 생활공간이다.
이들 생활공간은 사람, 장소, 사물간의 연결성, 중첩성, 상태 변화성의 특성을 갖는다. 주부-부엌-냉장고, 할아버지-정원-난초, 쇼핑객-백화점-상품들 간의 관계 등이 공간 연결성의 대표적인 예다. 또 대부분의 공간에서는 한 사람에 의한 배타적 이용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욕구에 따라 공동으로 이용하는 중첩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중첩성은 공간의 효율성을 가져오지만 혼잡의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상태변화성은 생활공간 속에서 이용하는 사람, 장소, 사물의 상태가 고정돼 있지 않고 여러가지 요인들에 의해 끊임없이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건강상태, 도로의 혼잡상태, 백화점에 있는 물건의 품질 상태나 새로운 상품의 존재상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생활공간의 연결성, 중첩성, 상태변화성이 잘못 결합됐을 경우에는 공간의 불확실성, 위험성, 비효율성, 불만족성 등과 같은 공간의 상황적 왜곡과 불균형 문제를 초래한다. 스트레스와 인간 기억력의 한계도 생활공간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생활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공간의 상황적 왜곡과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상황을 매시간 체크하고 분석함으로써 모든 상황인식 정보를 획득 및 교환한 후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태변화에 대한 상황인식 부재로 일어나는 삶의 비합리성과 불균형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유비쿼터스컴퓨팅과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은 인간 생활을 둘러싼 모든 공간속의 환경과 사물(생물, 상품, 기계 등) 속에 특정 용도(위치파악, 정체성 식별, 상태감지, 행동화 등)의 컴퓨터를 센서, 칩, 태그와 라벨, 배지, 마이크로머신 로봇 형태로 심어 넣고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공간적 상황정보 인식의 왜곡과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욱이 고도의 컴퓨터 조작능력이나 복잡한 시스템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유비쿼터스화된 생활공간은 유비티즌의 생활무대가 될 것이다. 이 속에서 새로운 생활양식이 등장하고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생활혁명과 삶의 질의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유비쿼터스 생활공간 속에서는 환경과 사물들의 상태변화에 대한 정보를 개개인의 욕구에 맞게 실시간으로 획득하고 환경과 사물 스스로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를 고지하거나 상황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유비쿼터스컴퓨팅과 네트워크로 창조되는 유비쿼터스 생활혁명의 진수다.
유비티즌의 생활양식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다. 이미 현실화로 다가오고 있다. 유비쿼터스 생활공간을 무대로 살아가는 유비티즌 K씨와 그 가족들의 하루를 상상해 보자.
아침에 일어난 K씨 가족들의 건강상태는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손잡이에 의해 식별되고, 혈압과 체온 상태도 체크된다. 변기를 통해서는 당뇨 등이 점검된다. 가족들의 건강 상태는 곧바로 가장인 K씨의 단말에 전달된다. K씨는 혈압 강하제를 한 알 먹을 것을, 모친의 당뇨 증세에 대해서는 11시쯤 진료예약을 했으니 1차적으로 주치의의 원격검진을 받아볼 것을 제언한다.
아침에 제일 바쁜 K씨의 부인은 선생님이 학부모 겸용 핸드핼드 단말기로 알려준 초등학생 자녀의 수업준비물을 챙겨주지 않았다는 것을 아이의 책가방에 부착된 태그를 통해 파악한다. 그래서 곧바로 가까운 문방구에 접속해 전자화폐로 계산한 후 아이에게 문방구에서 직접 준비물을 챙겨갈 것을 알려준다.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K씨의 부친은 어제 새로 사온 난초에 영양과 수분상태를 체크해 주는 센서를 연결하고, 다른 화초들의 수분상태는 디지털TV의 K씨 집 고유채널인 55번을 눌러 확인한다. 화초의 수분상태에 따라 지정된 양의 물을 주고 매일 물이 필요한 화초들에게는 스마트 물조리가 동원된다.
K씨의 부인은 쇼핑을 하기 위해 먼저 스마트 냉장고가 자신의 단말기에 전달한 부족한 식료품의 목록과 필요한 양을 파악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언어학습용 장난감 로봇으로부터 내장된 음성인식 부품이 고장났다는 정보도 전송받는다. 모든 쇼핑목록이 단말기에 입력돼 백화점 고객센터로 전송된 후 자동차를 몰고 회원으로 등록한 백화점으로 향한다. 백화점으로 가는 도중 텔레메틱스 단말기로부터 교통사고로 인한 도로정체가 있으니 우회도로를 이용할 것을 조언 받는다. 우회도로에서는 길거리에 새로 생긴 채소가게가 강원도 무공해 농산물을 팔고 있다는 정보를 지역공동체 네트워크로부터 수신받는다.
백화점에 도착한 K씨 부인은 무선인식기(RFID-Tag 인식기)가 부착된 쇼핑카트를 이용해 상품의 원산지, 가격, 보존기한, 조리방법 등을 알아낸다. 자신이 선호하는 같은 종류의 다른 상품이 어디에 진열돼 있는지는 물론이고 상품정보까지 파악한 후 구매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쇼핑카트에 상품을 담는 순간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져 계산대에 갈 필요가 없다. 이런 와중에도 K씨의 집에 있는 에어컨은 K씨 부인이 쇼핑을 끝내고 집에서 500m 떨어진 거리까지 왔다는 것을 K씨 부인의 단말기를 통해 파악하고 에어컨을 지정된 온도에 맞춰 가동시킨다.
직장에 출근한 K씨는 단말기를 통해 자신이 사용하는 스테플러가 옆방의 관리과 여사원 책상에, 커피잔은 회의실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K씨는 업무용 PDA 단말기를 통해 대전의 거래처에 택배로 보낸 상품 샘플이 천안을 지나고 있다는 것과 A사에 주문한 원자재가 창고에 입고됐으며, 공장의 기계 한대가 모터 이상으로 고장나 있다는 것을 파악한다. 전철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오던 K씨는 다음 정거장에 있는 단골 낚시점에 새로운 제품이 들어왔다는 것을 단말기를 통해 확인하고 서둘러 내린다.
우리나라 국민은 하루 평균 1시간 45분 인터넷에 접속하지만 그 중 61%는 게임이나 오락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접속은 세계적이나 활용도에 있어서는 지능적, 생산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전자상거래도 현실공간에서 느끼는 신뢰성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따라서 유비쿼터스컴퓨팅과 네트워크를 구축헤 유비티즌이 살아갈 새로운 삶의 공간을 만들고, 게임이나 오락보다는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이 연계된 조용하고 신뢰성 있는 생산적 생활양식을 더욱 보편화시켜 나가야 할 때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국립청주과학대·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네티즌과 유비티즌은 어떻게 다른가
네티즌(Netizen)과 유비티즌(Ubitizen)은 정보기술의 발달이 탄생시킨 새로운 인간상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네티즌이 지금까지의 정보인이었다면 유비티즌은 새로운 정보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유비티즌은 미래의 정보생활인으로서 살아가게 될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네티즌은 가상공간을 무대로 활동하는 접속인을 말한다. 네트워크(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일일이 검색해 판단하고 컴퓨터를 조작해야 하는 네티즌들의 삶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 힘들게 얻은 정보마저 구식이거나 자신에게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네티즌들이 느끼는 문제의 근원은 네트워크와의 접속이 현실
적인 생활공간과 연계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반면에 유비티즌은 네트워크가 아니라 현실로서의 생활공간에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접속돼 있다. 유비티즌이 접속하는 생활공간은 그것을 구성하는 환경과 사물들에 센서, 칩, 태그, 배지의 형태로 컴퓨터가 내장돼 있어 매우 지능적이다. 환경과 사물들이 지능적이고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이용자가 입거나 들고 다니는 단말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유비티즌은 시시각각 변하는 생활공간 속의 신선한 상황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때문에 유비티즌은 밤샐 일도 없으며, 컴퓨터 활용능력을 비관하거나 수집된 정보를 놓고 반신반의 할 필요도 없다.
네티즌과 유비티즌이 정보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의 차이는 편리함의 수준을 뛰어 넘는다. 생활공간에서 개개인이 추구하는 욕구는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네티즌이 네트워크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대부분이 집합적이고 획일화된 것이다. 반면, 유비티즌은 지능화된 생활공간에서 공간의 이동과 활동의 종류에 따라 자신의 욕구에 맞는 컨시어지(concierge)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공간과 서비스가 이용자를 따라다니는 셈이다.
유비티즌은 자신의 욕구에 가장 적합한 정보를 사물과 수·발신하는 것 뿐 아니라 필요한 행동(조치)을 사물로 하여금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네티즌과는 차원이 다르다.
★관련 그래프/도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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