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들 IPO 리스크에 골머리

 벤처기업들이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회사 이미지 제고와 대외 마케팅 등 많은 이득을 얻고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발생하는 문제들, 이른바 ‘IPO 리스크’로 고민하는 기업들도 크게 늘고 있다.

 기업을 공개하게 되면 기업정보의 외부 유출, 주주와 투자자들의 욕구와 이에 따른 간섭 등 얻은 만큼 제약도 많아지는 것은 기정 사실이지만 최근 몇몇 기업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보면 매우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른 경우도 있다.

 ◇주식 갑부 사원의 퇴사=A사는 2500원에 공모한 후 최근 주가는 7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업도 안정적이어서 올해 목표치의 매출과 이익은 이미 80% 이상 달성했다. 문제는 주식 갑부 사원들. 회사는 공모 이전 사원들에게 퇴사시까지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 조건으로 액면가로 주식을 배분했다. 5, 6년차 직원들의 경우 2억원에서 6억원까지의 평가이익을 거둘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식 평가익과 관련한 직원들의 술렁임이 시작됐고 창업시부터 함께했던 직원들까지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B사는 더욱 심각한 경우다. 당초 54명이었던 회사 직원 가운데 코스닥 등록 6개월만에 26명이나 퇴사를 했다. 이 중에는 영업 3개팀 가운데 2명의 팀장이 이탈했으며 팀 전체가 동종업체로 회사를 옮기기도 했다. 한 회사의 임원은 “등록직후 회사인력의 30% 가량이 물갈이 된다는 것은 업계에선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이라며 “등록이 새로운 성장 엔진이 돼야 하지만 직원들의 이탈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명함에서 등록법인임을 뺐다=C사는 코스닥 등록을 자축하며 회사 간판과 전직원의 명함에 ‘코스닥등록법인’임을 기록했지만 최근 명함에서 등록기업이라는 로고를 다시 삭제했다. C사 이사는 영업상 편의가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도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회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다 보니 프로젝트 수주시에 회사의 업무 수행능력으로 판정받기보다는 저주가 회사라는 점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기도 했다는 얘기다. 특히 공모 준비시점에서 주식을 나눠 달라는 주변 관계인(금융기관·발주처 등)들의 요구는 매우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으며 등록심사에서 한차례 ‘보류’ 판정을 받으면서 회사 이미지 손상도 매우 심각했다고 말했다.

 ◇철저한 등록 준비와 조직관리 필요=증시 한 관계자는 “등록을 회사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보다는 이젠 됐다는 무슨 ‘합격증’ 정도로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등록기업다운 조직관리와 회사 운영이 필요함에도 예전 주먹구구식 경영 형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등록을 통해 얻는 이득과 함께 이에 따르는 의무와 부정적 영향도 미리 고려하고 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코스닥 등록 후 경영진의 부도덕성이 드러나거나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 등은 경영진 모두가 충분한 준비없이 ‘코스닥 등록’에만 무게를 두고 이와 관련한 기업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충고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