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찰사업 투명성 높인다

정부가 건설공사, 정보시스템 구축, 일반 물품구매 등 각종 국가사업 계약과정에서 불합리한 입찰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키로 해 주목된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정부 및 공공부문 발주기관이 특정 업체를 위해 불합리한 입찰 참가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없도록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에 부당 사례별 회계통첩을 시달함으로써 공정하고 투명한 입찰질서를 수립키로 했다.

 국가계약을 집행하는 일부 기관에서 입찰 공고시 특정 실적이나 특정 상표·규격 등을 입찰참가 자격요건으로 제한함으로써 공정성을 저해하는 등 민원발생의 소지가 높다는 것이 국가입찰조건 개선을 위한 회계통첩을 만들게 된 배경이다.

 특히 재경부 관계자는 “향후 정부가 규제해 나갈 불합리한 입찰조건 대상에는 일반 건설공사는 물론이고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정보시스템 분야 입찰도 포함된다”고 설명하며 “회계통첩은 관련 법령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 제재수단으로 만약 담당공무원이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업무감사를 통해 징계조치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회계통첩에는 특정 자격 또는 과도한 실적 요구로 입찰참가 기회를 제한하는 경우와 함께 입찰공고기간을 짧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특정 업체의 입찰을 돕는 행위 등 다양한 형태의 불합리한 입찰조건 사례들이 포함됐다.

 가령 종합문화예술회관 공사입찰을 진행하며 종합문화예술회관 건립 단일공사 관람석 000석 이상 준공실적이 있는 업체만으로 입찰자격을 제한함으로써 시민회관과 강당 등 사실상 내용이 같은 공사실적이 있는 자의 입찰참가를 배제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부당 입찰사례로 제시됐다. 또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투자기관의 실적만을 인정하고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실적을 배제하거나 공사이행에 필요한 수준 이상의 실적을 요구하는 것도 불합리한 사례로 지적됐다.

 실제로 최근 실시되는 공공부문 정보화전략계획(ISP) 입찰의 경우 사업비용은 극히 낮으면서도 입찰 참가조건은 매우 까다롭게 규정돼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경험과 자금여력을 지닌 대형 SI업체만 입찰에 참가, 주요 정부기관의 ISP사업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회계통첩에는 또한 특정 수입품의 모델을 내역서에 명기해 품질, 성능면에서 동등 이상인 국산품의 납품을 거부하거나 물품의 제조·구매 입찰시 부당하게 특정 상표 또는 특정 규격(모델)을 지정해 입찰에 부치는 것도 불합리한 입찰사례로 제시됐다.

 지역제한경쟁입찰의 경우 주된 영업소를 당해 공사의 현장·납품지 등이 소재하는 특별시·광역시 또는 도의 관할구역내에 두고 있는 사업체로 제한해야 함에도 시·군·자치구의 관할구역 안으로 축소해 제안하는 것도 부당 사례에 해당된다.

 재경부는 특히 긴급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찰공고기간을 짧게 해 입찰참가 준비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사례에 대해서도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

 따라서 “발주자의 요구사항을 이해하는 데만도 꼬박 3, 4일이 걸리는데 평균 2주 만에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은 사업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미리 준비해온 대기업과 ISP사업을 직접 수행한 업체만이 가능한 일”이라며 짧은 제안기간으로 인한 간접적인 입찰제한의 병폐를 주장해온 중소 IT업체의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