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반기 콘덴서 칩 공개입찰 가격인하 유도 `빈축`

 올 상반기 3조8200억원이란 사상 최대의 순익을 올린 대형 세트업체 삼성전자(대표 윤종용)가 낮은 공급가를 유도하기 위해 외국의 무명업체를 내세워 경쟁을 유도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업체로 알려진 후지콘(Fusicon)이란 회사를 참여시켜 하반기 침부품 공개입찰을 실시했다.이 과정에서 후지콘이란 회사가 유명무실한 업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을 빚게 된 것. 출혈경쟁을 통한 공급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삼성이 고도의 술책을 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콘덴서업체 등 부품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 관계자는 “납품가격이 급락해 더 이상 깎을 여지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최저 낙찰가를 부추기기 위해 무명업체까지 동원하고 나선 것이 분명하다”며 후지콘이라는 회사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특히 삼성이 최저 낙찰가를 유도하기 위해 들어보지도 못한 후지콘이란 업체를 내세운 데 대해 관련업체들은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 

 한 관계자는 “웬만한 중국업체에 대해서는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입찰에 참여한 중국업체는 유령회사일 가능성도 없지않다”며 삼성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후지콘 본사가 있는 홍콩을 방문, 제품성능·생산시설 등 실사를 거친 결과를 토대로 이번 공개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주게 됐다”면서 “후지콘에 입찰 자격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주장하는 그러한 특정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삼성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 콘덴서업체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올해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린 삼성이 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출혈경쟁을 유도했다는 데 대해 충격을 받은 듯 삼성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의 한 관계자는 “원가절감의 노력을 단순히 부품업체로부터 찾으려 한다면 세트업체의 비전은 매우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부품업체가 살아야 세트업체들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