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그동안 IPv4(IP version 4) 체계를 기반으로 해 작동돼 왔으나 32비트 체계인 탓에 배정할 수 있는 주소가 42억개에 불과, 자원고갈 문제가 대두돼 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늦어도 10년 내에 할당할 수 있는 주소가 바닥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IPv4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점, 즉 배정할 IP주소의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IPv6다.
IPv6는 128비트 체계기 때문에 배정할 수 있는 IP주소의 개수는 거의 무한대로 확장된다. 또 IPv4와 달리 네트워크 규모와 단말기 수에 따라 IP주소를 순차적으로 할당하기 때문에 운영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개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능과 확장성도 풍부해 서비스 업체가 네트워크의 품질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IPv6의 등장은 지난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5년 미국의 인터넷활동위원회(IAB)가 32비트 체계의 IPv4를 128비트 체계로 확장한 IETF 권고안을 마련한 후 97년에 미국의 FTP소프트웨어가 이를 기반으로 개발해 낸 것이 IPv6의 시초다. 2000년까지만 해도 표준이나 기반기술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으나 지난해를 거치면서 상용화단계로 접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9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숭실대와 공동으로 IPv6의 기본 프로토콜인 ‘FreeBSD’ 운용체계를 구현한 것이 IPv6 도입의 시초다. 이후 98년 2월 ETRI가 6Bone(http://www.6bone.net)과 연결될 최상위 IPv6 주소(3FFE:2E00::/24)를 세계에서 47번째로 획득하고 같은해 3월 국내 최초의 IPv6 실험망인 ‘6Bone-KR(http://www.6bone.ne.kr)’를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IPv6 기반 망 구축이 본격화됐다. 99년 7월에는 APAN-KR(KOREN)를 통해 IPv6 전용망 구축이 시작됐고 같은해 10월에는 KT가 국내 최초로 상용 IPv6 주소(2001:0220::/35)를 획득했다.
99년 11월에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상용 IPv6 주소를 기관과 기업 등에 할당하기 시작했고 같은해 3월에는 ‘IPv6포럼코리아(http://www.ipv6.or.kr)’가 발족돼 현재까지 기관회원 61개, 개인회원 140명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전산원이 IPv6 교환노드인 ‘NGIX’를 개통했으며 올해 5월에는 ETRI가 제안한 IPv6 전환기술이 IETF로부터 국제표준초안(RFC)으로 공식 승인을 얻었다.
이처럼 숨가쁘게 달려온 국내 IPv6 분야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라면 단연 김용진 IPv6포럼코리아 의장(42)을 꼽을 수 있다.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에 IPv4/IPv6 변환기술인 BIA(Bump-in-the API) 기술을 공동으로 기고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표준문서초안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2000년 3월 국내 IPv6 포럼코리아를 구성해 의장직을 수행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는 IETF 및 국제IPv6포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TRI의 신명기, 박정수, 이승윤 연구원과 공동으로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 IPv6(다성출판사)’라는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신상철 한국전산원 단장(45)도 IPv6의 축을 이루는 인물. 정부의 지원정책 수립에 밑거름을 놓은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 98년 초 APNIC, ETRI 등 초창기 IPv6 국내외 관계자들과 함께 주소자원 고갈에 따른 대비책과 IPv6 이용 활성화를 연구해오다 이듬해 6KANet을 구축함으로써 현재 20여개 망이 연동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IPv6 연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재원 마련에 앞장서 정부의 차세대 인터넷기반 구축 5개년 계획 수립의 기초를 마련한 공적이 높이 평가된다.
이영로 한국전산원 인터넷부장(41)은 한국전산원내 IPv6 연구를 총괄하면서 IPv6포럼코리아에서 애플리케이션 워킹그룹 의장으로 활동중이다. 12개 차세대 인터넷 응용서비스 개발과제 추진과 인터넷 품질측정 시스템 개발 및 적용에 힘써왔으며 지난해말부터 6NGIX, 6KANET 등 IPv6 기반 차세대 인터넷망 설치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올들어서는 초고속 선도연구망인 KOREN과 APII(Asia Pacific Information Infra) 및 TEIN 등 국내외 차세대 연구망을 통한 국제협력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명기 ETRI 선임연구원(34)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IPv6 도입 초기부터 연구활동에 참여해 국제표준화 작업을 이끌고 있는 인물. 6본용 최상위 주소를 국내 최초로 획득해 시험망인 6본-KR를 만든 주역으로 IPv6 전환기술을 IETF 국제표준초안으로 승인되도록 한 공이 크다. 현재 IPv6포럼코리아의 프로그램 워킹그룹 의장으로서 정부출연 IPv6 기술개발 과제인 ‘6TALK’ 기술부문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이달 초 잠실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글로벌IPv6서밋 서울행사에서 튜토리얼 프로그램을 진행해 IPv6 기술에 대해 일반인의 이해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민상원 광운대학교 전자통신공학과 교수(38)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ETRI 위탁과제로 리눅스 기반의 IPv4와 IPv6 연동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이동통신망에 대한 IPv6 적용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동통신망 기반의 IPv6/IPv4 시범망 구축사업에서 공동 연구 책임자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 단둥의 북한기술교육과정에서 IPv6를 소개한 바 있으며 현재 IPv6포럼코리아에서 홍보 워킹그룹 의장을 맡고 있다.
이승윤 ETRI 표준연구센터 선임연구원(34)은 국내 IPv6 네트워크 구성 및 계획을 총괄하고 있으며 IPv6 전환기술인 BIA로 IETF로부터 국제표준초안을 획득한 개발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동안 IPv6/IPv4 호스트변환기(BIA), 차세대 인터넷에서의 모바일IPv6, IPv6 멀티캐스트 기반 영상 및 음성회의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국제IPv6포럼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단체에 적극 참여해왔으며 현재 IPv6포럼코리아의 망운영 워킹그룹 의장으로서 멀티미디어 영상회의 등 응용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활발한 연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박재홍 아이엠넷피아 사장(33)은 IPv6의 모바일 표준화 관련 연구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00년 6월부터 현재까지 IPv6포럼코리아의 모바일 워킹그룹 의장을 맡아 모바일IPv6 관련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정통부로부터 IPv6 및 이동통신 분야의 국제표준 전문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모바일IPv6를 근간으로 한 무선랜 기반 지원기술 및 테스트망 구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곽광훈 아이투소프트 연구소장(38)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IPv6 전문 벤처기업의 초대 연구소장으로서 ETRI의 IPv6 전환기술을 국내 최초로 구현한 바 있다. IETF에서 기술표준초안으로 결정된 바 있는 BIA 기술 개발에 참여했고 IPv4/IPv6 공존에 필요한 CHADH 프레임워크를 디자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상용 IPv6 솔루션인 베르토(Verto) IPv6 솔루션을 선보였다. 다음달말에는 미 국방부 초청으로 IPv6 도입 콘퍼런스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IPv6포럼코리아의 홈네트워크 & 정보가전 워킹그룹 의장을 맡고 있다.
김용운 이니텍 이사(38)는 ETRI 재직시 2000년부터 이듬해 4월까지 IPv4/IPv6 주소변환기 개발 작업에 참여해 국산화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IPv6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산업 및 실생활 적용사례를 발굴하고 IPv6 핵심기술에 대한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는 데 앞장서 왔다. 지난해 10월부터 IPv6포럼코리아의 홈네트워크/정보가전 워킹그룹 의장을 맡아 활동중이다.
박연상 LG전자기술원 정보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37)은 LG전자 서울 우면동 연구개발캠퍼스에 무선랜 기반의 IPv6 테스트베드를 구축, 운영하면서 무선랜 환경에서의 효율적인 이동성 탐지 기법을 고안해 특허출원중이다. 차세대 VoIP 기술인 SIP(Session Initiation Protocol) 스택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며 LG IPv6 기술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쪽에서는 숭실대 교수진의 참여가 활발하다. 문영성 숭실대 교수(42)는 IPv6포럼코리아의 보안 워킹그룹 의장을 맡아 IPv6 도입시 발생할 수 있는 보안문제 연구와 국내 보안관련 연구집단의 IPv6관련 연구활동을 촉진시키는 데 힘써왔다. 김영한 숭실대 부교수(40)도 95년 국내 최초로 ETRI과제로 IPv6 프로토콜을 구현한 라우터를 개발하고 IPv6 환경에서의 인터넷 서비스품질(QoS) 기술과 VoIP 및 홈네트워크로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성종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테스트베드운영팀장(34)도 빼놓을 수 없다. 성 팀장은 협회내 IT시험연구소의 네트워크시험센터에서 국내 IPv6 시험기술을 총괄하는 인물로 현재 IPv6포럼코리아에서 테스트 워킹그룹 의장과 ASTAP(Asia-Pacific Telecommunity Standardization Program) 상호운용성연구그룹의 의장을 맡고 있다. 오는 9월과 12월에 IPv6 상호운용성 시험행사를 계획중이다.
이밖에 주용완 KRNIC 주소관리과장(32)은 IPv6 공식주소를 전세계에서 일본과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이 확보하는 데 핵심역할을 담당했으며 현재도 IPv6포럼코리아 주소분과위원장으로서 각종 국제기구활동을 도맡아 펼치고 있다. 이재화 KT 선임연구원(42)은 초고속선도망(KOREN)의 IPv6 구현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으며 현재 KOREN NOC의 IPv4 웹페이지를 IPv6에서도 사용가능토록 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그는 한국전산원의 6NGIX 설계과정에도 참여하는 등 KT내 IPv6 전문가로 통한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