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프트웨어(SW)업계의 중국 진출을 겨냥한 행보가 걸음마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언어와 기업문화 차이, 취약한 현지 정보기술 인프라, SW 불법복제 성행 등이 국산 SW 중국드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또한 중국 고객과 접촉한 이후로부터 SW 공급이 이루어지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열악한 국내 SW벤처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 수년간 전사적자원관리(ERP), 리눅스, 패키지SW 등을 들고 중국행을 서둘렀던 기업들은 체력이 소진된 모습이 역력하다.
한글과컴퓨터(대표 김근)는 지난 2년여간 중국의 PC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패키지SW를 번들로 공급하기 위한 수출상담을 진행해왔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40만카피 상당의 SW를 판매하기도 했으나 현지 소비자들의 SW 정품구입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나머지 더이상 수출에 탄력이 붙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이비젠(대표 신양호·김진우)도 올초 베이징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공급관계관리(SRM), 고객관계관리(CRM), ERP, 기업포털(EP) 등의 솔루션을 현지기업들에 공급해 5억원대 수출실적을 거둘 계획이었으나 한 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해 목표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터보리눅스시스템즈(대표 배동진)는 1년여 전부터 삼성SDS와 함께 중국 정부의 시스템통합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역시 계약이 요원하다.
한국하이네트(대표 김현봉)와 영림원소프트랩(대표 권영범)도 지난 1년여간 중국 ERP 시장을 두드렸으나 △만만디 계약관행 △현지인력의 저급한 시스템 사용능력 △유지보수 및 사후관리의 어려움으로 말미암아 난관에 봉착했다.
한국하이네트는 지난해 8월 KT글로벌사업단·SK글로벌 등과 해외사업을 위한 제휴를 맺고 ERP솔루션 1차 수출목표를 중국으로 삼았으나 눈에 띄는 결실을 맺지 못했고, 영림원소프트랩도 지난해 7월 KT글로벌사업단·에이지텔레콤 등과 중국진출을 위한 전의를 다졌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김현봉 사장은 “중국기업과 직접 ERP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현지 회계법인을 통해 ERP 공급을 추진하는 우회로를 선택한 상태”라고 전했다.
최근 중국 다롄에서 열린 인텔의 아시아지역 투자사 모임에 다녀온 서진구 코인텍 사장도 “중국 소프트웨어시장은 한마디로 설익은 상태여서 당장 결실을 맺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소 2, 3년 동안 조심스럽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