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운전기록, 교통사고 정황을 저장해 두는 차량용 블랙박스가 전장 업계의 신종 유망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항공기 사고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비행기 블랙박스와 유사한 운전기록장치다. 이 제품을 자동차에 장착할 경우 교통사고 책임규명은 물론 운전자 스스로 블랙박스기록을 의식해 난폭운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일본·유럽에선 보급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이달부터 대형트럭·버스 등 전국 사업용 차량 40만대에 초보단계의 차량용 블랙박스(운행기록계) 부착이 의무화된 가운데 더욱 상세한 운전정보를 저장하는 디지털 블랙박스 제품들이 잇따라 시장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교통사고율이 현저히 감소하는 데 주목한 자동차보험업계가 블랙박스 장착을 적극 지원하고 나서 이 시장 규모는 향후 2년내 500억∼6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카스포(대표 채무형 http://www.digicaspo.com)는 10월부터 사고정황을 기록하는 승용차용 블랙박스(모델명 MD-1000)를 자동차보험과 연계해 판매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교통사고 전후 60초간 발생하는 운전자의 조작기록을 자동기록하기 때문에 교통사고 과실규명에 결정적 단서를 보험사측에 제공한다. 당연히 교통사고와 관련한 보험사기극도 대폭 감소하게 된다. 자동차보험회사는 블랙박스를 장착한 자사 고객에게 보험료 10% 할인혜택을 제공할 예정인데 이미 그린화재를 비롯한 3개 대형보험사가 블랙박스 채택의사를 밝혀 본격적인 제품보급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차 사내벤처인 이카(대표 김영환 http://www.e-carr.co.kr)는 차량용 블랙박스의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1년간의 차량운행 기록을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할 뿐만 아니라 사고시 핸들조향각도·브레이크·가속페달·엔진RPM·전조등 작동 여부까지 상세히 감지할 수 있어 항공기 블랙박스에 버금가는 분석 능력을 자랑한다. 이카는 10월 블랙박스의 현장테스트를 거친 다음 보험사·렌털카·운송업계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밖에 세풍전자·모비콘 등도 차량운행정보를 기록하는 차세대 블랙박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한 관계자는 “차량용 블랙박스가 보급되면 운전자 위험성향을 분류해 보험수가 종량제 도입이 가능해지고 사고관련 보험업계의 소송비용도 대폭 감소하는 등 투자가치는 충분하다”면서 “다만 운전자들이 블랙박스 도입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카스포의 채무형 사장은 “보험업계의 적극적인 도입의지를 감안할 때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은 2004년 7만∼8만대, 500억원 규모를 쉽게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