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으로 돌아갈 것인가, 벤처에 남을 것인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출연연 출신 바이오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말로 다가온 연구원 겸직 시한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2000년 벤처 붐을 타고 바이오벤처를 창업했던 연구원 겸직 CEO들은 올해로 연구원 겸직 시한 2년과 유예기간 1년을 모두 채우게 돼 조만간 거취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원을 겸하고 있는 CEO는 생명연 출신 16명과 KIST 출신 2명 등 총 18명. 이들은 그러나 심각한 자금난으로 바이오벤처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벤처에 남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벤처 창업 후 괄목할 만한 성과나 성공사례 없이 벤처기업을 떠나 연구원으로 돌아가는 것에도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속을 끓이고 있다.
특히 이들을 보고 투자했던 주주사들이 겸직 CEO들의 복귀에 강력히 반발하하고 있어 거취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그러나 벤처기업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코스닥을 통한 자금 확보가 힘들어지면서 연구원으로 돌아가는 겸직 CEO가 늘어나는 추세다.
생명연 출신 김철호 박사는 최근 충남 조치원에 짓고 있는 공장의 설비자금 마련이 어렵게 돼 활성탄을 이용한 매트리스 제조업체인 그린포리스트에 리얼바이오텍의 경영권을 넘기고 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연구원으로 복귀했다.
KIST 출신인 덴키스트의 한동근 박사도 조만간 치과의사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하고 KIST 연구원직을 계속할 계획이다.
서울과 대전 생명연에 2개의 사무실을 운영했던 바이오홀딩스의 이상기 박사도 최근 서울 사무실을 폐쇄하고 대전 생명연으로 회사를 일원화하면서 생명연 복귀가 가시화되고 있다.
바이오벤처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벤처에 남겠다는 결정을 내린 CEO도 있다.
조직공학 벤처기업 리젠바이오텍의 배은희 박사는 최근 KIST 연구원을 사직하고 리젠바이오텍 업무에 전념하기로 했다.
이밖에 나머지 출연연 출신 CEO들은 아직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추이를 좀더 두고보겠다는 입장이다.
생명연 출신 한 바이오벤처 사장은 “연구소 내부에서 겸직 연구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개인적으로 겸직에 대해 심적으로 위축된 상황”이라며 “벤처 회의론과 코스닥 장세 악화로 연구원으로 돌아가는 겸직 CEO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년 동안 힘들게 바이오벤처를 끌고온 CEO들이 정착단계에 들어서는 벤처에 몸담지 못하고 연구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규정이 수정돼야 한다”며 “CEO 이탈이 바이오벤처기업 존립에도 영향 끼쳐 생명공학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