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차전지 업체들이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2차전지에서만큼은 적수가 없다고 자부해 왔으나 최근 한국업체들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내수시장의 장기침체와 세계 IT 경기회복 지연으로 투자심리는 극도로 얼어붙어 무대책인 상황이다.
반면 국내업체들은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머지않아 ‘난공불락’으로 여겨져온 일본의 아성을 넘어 ‘극일’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으로 한껏 고무돼 있다. 지난 2년간 생산설비 구축 및 안정화에 주력한 데 힘입어 이젠 일본과도 해볼 만한 수준에 올랐다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특히 휴대폰·스마트폰·PDA·노트북 등 모바일기기로 구분되는 포스트PC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올들어 팜·에릭슨·모토로라 등 국내외 세트업체들이 한국산 2차전지 성능을 인정하며 흔들리고 있는 일본업체들의 틈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이에 맞춰 LG화학·삼성SDI 등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은 대대적인 설비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예상대로라면 국내 2차전지 생산능력은 연말께면 월 2000만셀에 육박하게 된다. 이는 세계시장에서도 일본과 당당히 경쟁할 만한 규모라 할 수 있다.
LG화학은 리튬이온전지와 리튬이온폴리머전지를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월 350만셀씩 생산하고 있는 청주공장에 1000억원을 신규로 투자, 리튬폴리머전지 130만셀, 리튬이온전지 570만셀 등 총 700만셀의 생산설비를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LG화학은 특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거래선을 계속 다변화, LG전자에 편중됐던 매출처를 모토로라·에릭슨·컴팩 등으로 확대해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LG화학보다 한발 늦은 2000년부터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하고 있지만 각형 리튬이온전지는 삼성전자, 원통형 리튬이온전지는 컴팩을 중심으로 최근 매출이 급신장세를 보여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내년말까지 세계 ‘빅3’ 반열에 오른다는 목표 아래 대대적인 설비증설을 계획중이다. 이 회사는 현재 생산라인의 병목현상을 최대한 줄이는 형태로 월 1000만셀 생산체제를 조기에 구축하고 오는 2005년으로 잡았던 월 1500만셀 체제 구축시점을 크게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SKC는 연내 100만셀 규모의 설비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파인셀·코캄엔지니어링·새한에너테크·이스퀘어텍 등 중소 리튬폴리머전지 업체들도 틈새시장인 PDA·MP3플레이어·블루투스기기용 등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업계가 일본을 따라잡느냐의 여부는 일단 생산능력을 얼마나 조기에 경제규모 수준으로 끌어올리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전체 생산능력이 올해말을 기점으로 월 2000만개 수준에 근접하는 만큼 극일을 위한 1차 능선은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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