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멀티미디어시대의 ‘심장’에 비유되며 차세대 핵심 유망부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2차전지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이 세계 최강 일본을 맹추격, 한·일간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특히 우리나라가 전방 산업인 휴대폰·PDA·스마트폰·웹폰 등 모바일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 힘입어 설비투자는 물론 연구개발(R&D)에서도 일본을 바짝 따라붙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LG화학·SKC·코캄엔지니어링 등 국내 리튬계 2차전지업체들은 일본이 10년 이상 계속되는 장기 불황으로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된 틈을 타 공격적인 글로벌 마케팅과 과감한 설비·R&D 투자를 통해 일본 따라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 10여년간 독보적인 위상을 정립하며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일본의 아성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으며 한·일 2차전지업체간 양적·질적인 면에서의 격차가 눈에 띄게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생산성을 가늠하는 잣대인 수율면에서 현재 한·일 2차전지업체의 격차는 거의 없는 상태다. 삼성SDI·LG화학 등 선발업체들은 이미 ‘꿈의 수율’인 90%를 넘어서며 산요·소니·마쓰시타·도시바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전지업체들과 어깨를 견줄 만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2차전지 품질을 좌우하는 성능면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거의 대등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삼성과 LG는 이미 지난 상반기에 세계 최초로 2200㎃h급 원통형 리튬이온전지를 잇따라 개발하며 만만찮은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리튬폴리머업체인 코캄엔지니어링도 용량을 세계 수준인 740㎃h까지 끌어올렸다.
국제경쟁력 확보의 관건인 생산능력면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일본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특히 LG·삼성·SK 등 3대 그룹 계열사들의 경쟁 심리가 작용해 올해안으로 국내 2차전지 총 생산능력은 월 2000만셀 수준에 육박,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전망이다. 여세를 몰아 업계는 중장기 설비투자 계획도 1년 이상 앞당길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생산능력·수율·용량·가동률·공급가격 등 양적·질적으로 모든 면에서 최강 일본과 대등한 위치에 오르면서 국제경쟁력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향후 2∼3년내에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은 또 하나의 극일 제품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세계 리튬계 2차전지 시장 규모는 연간 7억여개(2001년 기준) 정도로 추정되며 현재 세계 최대업체인 산요를 필두로 소니·마쓰시타 등 일본 업체들과 한국 업체들이 치열한 공급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