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e비즈니스 국가경쟁력 비교’ 보고서는 그동안 줄곧 지적돼 온 우리나라 e비즈니스의 질적 경쟁력 문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를 가져다줬다. 보고서는 IT산업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양적 경쟁력을 대변해주는 설비나 접근환경 부문의 지표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 e비즈니스 기반이 대폭 확충됐지만 질적 경쟁력을 나타내는 콘텐츠 관련 지표는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미쳤다고 지적했다.
◇IT산업의 위상평가=IT산업의 부가가치 비중, 연구개발(R&D) 비중 등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GDP 대비 IT산업의 R&D 투자비중을 비교해 보더라도 한국이 1.0%로 미국(0.7%), 일본(0.7%) 등의 투자비중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적으로는 2000년 현재 국내 IT산업의 수출입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6%로 미국, 영국, 일본의 16% 수준에 비해 훨씬 높았다. 그러나 IT산업이 전체 산업의 전략적 제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선진국의 30% 수준에 조금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을 위한 선진 업체 또는 국내 기업과의 협력에 소홀함으로써 미래에도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양적 경쟁력 평가=2001년 국내 e비즈니스 설비관련 지표의 성장추이를 보면 지난 98년에 비해 PC보급과 이동통신 보급률이 상승한 반면 인터넷 호스트 수 및 이동통신의 보급지수는 하락했다. 특히 인구 1000명당 인터넷 호스트 수는 9.2개로 미국(371.4개)은 물론 일본(55.9개)과 영국(37.1개)보다 적어 향후 e비즈니스 발전 가능성 낮게 보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접근환경 부문에서는 미국(100)을 기준으로 2002년의 인터넷 접속비용과 접속속도 지수가 98년에 비해 대폭 개선됐다. 특히 접속속도 지수는 98년 미국의 4% 수준이었지만 2001년에는 408.9까지 좋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사용료는 4달러(40시간 기준)로 미국의 3분의 1, 일본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인구 100명당 초고속통신망 수는 9.2개로 미국(2.3개)은 물론 일본(0.5개), 영국(0.1개)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적 경쟁력 비교=콘텐츠 제공기관이 증가하고 전자상거래 활용도가 높아짐으로써 e비즈니스의 질적 경쟁력이 어느 정도 제고됐지만 미국·영국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 제공기관을 나타내는 인구 1000명당 웹서버 수는 98년의 1.8대에서 2000년에 6.7대로 3배 이상 증가했지만 미국·영국 등에 비해 훨씬 적다. 또 전자상거래의 활용정도를 나타내는 인구 100만명당 보안서버 수는 3.0대로 미국(123대)은 물론 영국(45대)·일본(14대)보다 크게 적어 향후 전자상거래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을 100으로 비교해 보면 지표상 성장에도 불구하고 e비즈니스의 질적 경쟁력을 나타내는 콘텐츠 지수가 오히려 소폭 하락함으로써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평가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웹서버 및 보안서버 수의 증가속도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콘텐츠 제공기관 확산지수가 미국의 14.4%로 일본(3.4)보다는 높지만 영국(52.0)보다는 훨씬 낮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전자상거래 활용지수도 미국의 2.4%에 불과해 영국(36.6)은 물론 일본(11.4)보다도 열악한 상태로 평가됐다.
◇과제=e비즈니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자상거래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가운데 콘텐츠를 육성하는 한편 e비즈니스 발전의 구조적 장애요소를 해소해 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를 위해 △산업기반 지속 확충(PC보급, 초고속 인터넷망 지속 발전) △콘텐츠산업 육성(세제·금융지원 확대, 우수 인력양성) △구조적 장애요인 해소(무자료거래 관행, 기업간 협력문화 부재, 중소기업의 e비즈니스 인프라 취약 등 e비즈니스 발전의 장애요인을 제거) 등을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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