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게임 역사 큰획 그은 수작… 세계 최고를 향하여

 7월 이달의 우수 게임에는 아케이드 게임개발사인 게임박스(김범)의 ‘드림헌팅’과 비디오 게임개발사인 조이캐스트(김형균)의 ‘매닉게임걸’이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두 작품은 게임 자체도 우수하지만 우리나라 게임개발사의 한 획을 그을 만큼 상징적 의미도 큰 작품들이다.

 게임 박스의 ‘드림헌팅’은 동물 사냥을 소재로 한 건슈팅 아케이드 게임으로 무선 디바이스를 게임에 완벽하게 접목시킴으로써 세계 유수 게임관련 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게임 데이터가 오가는 게임분야에서 무선 디바이스를 개발한 것은 게임박스가 세계 최초다.

 조이캐스트의 처녀작 ‘매닉게임걸’은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비디오 게임이라는 데 상당한 의의를 지닌다. 그동안 비디오 게임개발이 전무했던 국내 사정 때문에 국내 게이머가 즐기는 비디오 게임 100%는 외국산이었던 것. ‘매닉게임걸’은 다른 어느나라에서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최초의 비디오 게임이 됐다.

 물론 게임이 출시되기까지 산고도 컸다. 두 작품 모두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햇수로는 4년, 만으로 따져도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기술과 프로그램 개발로 밤을 새우는 것도 예사였고 자금이 딸려 발을 동동 구른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게 양사 사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1. <게임박스 김범 사장 인터뷰>

 “3년간 매출 없이 게임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신 모든 분들께 이달의 우수게임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게임박스 김범 사장은 세계 최초로 게임용 무선 디바이스를 게임에 접목시킨 ‘드림헌팅’을 개발하기까지 진땀 흘렸던 과정을 떠올리며 특히 무료로 사무실을 빌려주고 있는 KT 고양지사를 비롯해 외환·조흥·기업은행과 한빛증권 등 투자관계자에게 감사의 인사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이달의 우수 게임상을 수상한 ‘드림헌팅’은 해외 여러쇼에서도 호평을 받은 바 있는 건슈팅 아케이드 게임이다.

 김 사장은 “이달의 우수 게임상을 수상으로 그동안 개발과정에서 겪은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됐다”면서 “이제 제품개발을 완료했기 때문에 내수보다는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드림헌팅’은 이미 지난해 유수 게임쇼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많은 눈길을 끌었고 그 결과 현재 남코·세가·GVR 등이 구매의사를 밝혀왔다”며 연내 600만달러 정도의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제품수출 제안뿐만 아니라 무선 디바이스 기술을 이용한 공동제품 개발제안도 다수 들어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 사장은 “이번 ‘드림헌팅’의 개발을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내심있게 게임을 개발하면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드림헌팅’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런칭하고 이를 바탕으로 좋은 게임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수출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개발업체는... 게임박스>

 일산 고양시 KT의 5층 벤처센터에 자리잡은 게임박스. 사무실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각종 아케이드 게임이 즐비하고 이를 시연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회사를 처음 방문한 사람이어도 이 회사가 게임회사임을 실감할 수 있다. 벤처센터에 입주해 있는 이 회사는 꽤 연륜이 있는 회사다. 지난 94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유통회사로 출발했다. 그후 95년에 국내 처음으로 국산 PC게임을 해외에 수출하기도 한 이 회사는 변신을 거듭, 지난 2000년부터 게임개발사로 전환하고 드림헌팅의 개발에 나섰다.

 김범 사장은 “IMF로 심신이 지쳤을 때 잠시나마 한국을 떠나 미국여행을 하는 도중에 무선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한 사냥게임을 개발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영감을 얻고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 지난한 산고를 겪어야 했다”면서 “개발에 착수한 지 2년 만에 완성품을 내놓게 됐다”고 들려준다.

 이달의 우수게임을 수상한 ‘드림헌팅’은 모형 사냥총을 직접 들고 화면에 보이는 각종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건슈팅 아케이드 게임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타격과 동시에 터지는 총소리가 일단 실감난다. 완전 3D로 제작된 광활하게 펼쳐지는 초원, 거칠게 뛰어다니는 맹수, 날렵한 초식동물들이 실감나는 사운드와 어우러져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해 낸다. 게이머는 그야말로 남아프리카 대륙을 누비는 헌터로 거듭난다.

 이 게임은 사냥이라는 게임 소재에서부터 게임을 즐기는 방식까지 철저히 미국을 비롯한 서구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미국 유명 영화체인점에서 인컴 테스트(번화가에 게임기를 설치하고 시간당 매출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아보는 테스트)중인 이 게임은 수백여개의 아케이드 게임 중 시간당 매출 순위 3위를 달리고 있으며 건슈팅 게임 중에서는 2위를 큰 차로 따돌리며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박스는 게임개발 과정에서 무선으로도 정확히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무선공간 좌표인식’ 기술을 개발하고 ‘무선 좌표인식’ 기술과 관련된 3건의 국제 특허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 특허출원중인 ‘온바디시스템’도 주목된다. 광학 기술을 이용한 이 장치는 무선총에 연결돼 일종의 마우스 기능을 수행한다. 게이머는 이 장치를 앞뒤좌우로 움직이면서 표적물을 찾아 가상 사냥터를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 있다.

 게임박스는 이같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김범 사장은 “남코·세가·GVR 등 일본·이탈리아·미국 등 세계 유수의 회사와 제품 수출 및 기술 제휴에 관한 협상을 진행중”이라면서 “2000대 정도의 대규모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 <조이캐스트 - 이한종 부사장>

 “매닉게임걸(MGG)을 제작하면서 힘든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하루에 3시간씩만 자면서 1년 넘게 게임 제작에만 몰두했습니다. 이제 게임이 출시됐고 이렇게 큰 상까지 받게 되니 정말 기쁩니다.”

 이달의 우수 게임 수상소식을 전해들은 이한종 부사장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이 부사장은 20년 가까이 미국에서 산 교포로 버클리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스퀘어소프트사에서 메인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좋은 조건을 뿌리치고 비디오 게임개발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이 부사장은 게임 제작하느라 탈진해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등 수많은 위기를 겪어야 했다.

 더구나 게임을 개발하기 전에 참여한 개발자들에게 비디오 게임개발에 관한 교육부터 시작하면서 마침내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이 부사장이 느낀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게임에 관심이 많았던 이 부사장은 “어렵고 폭력적인 게임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게 게임개발의 원칙이다. 이 부사장은 이 원칙을 지키면서 세계시장을 겨냥, MGG를 개발하게 됐다. MGG는 이미 수출계약을 끝내고 연내 북미와 유럽 지역 출시가 확정된 상태다.

 이 부사장은 “아무리 PS2가 정식 발매되고 비디오 게임 수입이 허가된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개발된 타이틀이 없으면 비디오 게임 시장이 열린 것이 아니다”면서 “이번에 출시한 MGG를 시작으로 우수한 게임을 세계시장을 내놓는 데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업체는 조이캐스트 >

 지난 2월 플레이스테이션(PS)2가 우리나라에 정식 발매되면서 비디오 게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비디오 게임 불모지였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김형균 사장은 비디오 게임 전문 개발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게임개발에 들어갔다. 비디오 게임은 전세계 게임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산 비디오 게임개발은 각오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 특히 국내 비디오 시장이 전무하다보니 비디오 게임개발 인력이 있을리 만무했다. 미국 스퀘어소프트사의 밀리언셀러인 ‘패러사이트 이브’의 메인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이한종 부사장을 스카우트, 게임개발에 들어갔다.

 더구나 게임개발 과정에서 자금부족 등으로 숱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조이캐스트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내 최초 PS용 게임 ‘매닉게임걸(MGG)’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지난 6월 정식 발매했다.

 MGG는 우선 한국인 정서가 짙게 녹아 있는 100% 한글 대사와 남궁연 제작의 배경 음악이 우선 게이머의 눈길을 끈다. 액션 어드벤처 장르인 이 게임의 시나리오도 흥미롭다. 게임마니아인 주인공이 한 게임 개발사의 베타테스터로 뽑히면서 국제 테러조직의 음모에 휘말리게 되는 사건 전개가 참신하다.

 이 게임은 북미와 유럽권에서는 PS용 게임이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MGG는 해외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이캐스트는 해외 퍼블리셔인 컨스피러시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올해말께 MGG를 북미와 유럽 지역에 출시할 예정이다.

 조이캐스트는 현재까지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또하나의 비디오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올 10월께 출시될 이 게임은 PS2를 기반으로 한 3D 슈팅 게임인 ‘윙즈’다. 이 게임은 한빛소프트를 통해 정식 유통될 예정이다.

 김형균 사장은 “세계 시장에 통할 만한 좋은 비디오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발사가 나와야 국내에도 공식적인 비디오 게임 시장이 열릴 수 있다”며 “앞으로도 PS2 게임개발과 퍼블리싱사업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