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중국 대륙은 국내 PC산업에 새로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롄샹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급부상과 대만 업체들의 대대적인 현지 투자는 PC제조기지로서 국내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반면 기존 메이저들에조차 별 기득권이 없는 거대한 신시장이 창출돼 해외 시장 개척의 잠재적 교두보가 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생기고 있다.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노트북PC를 수출하는 LG전자는 최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트북PC 수출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중인 대만의 메이저 노트북PC 5개사가 올해부터 중국에서 노트북PC 완제품 생산을 시작하면서 더욱 심한 가격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만 업체들이 중국 생산기지 구축을 통해 얻어진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LG전자의 주요 거래선에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해 물량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난감해 했다.
대만 노트북PC 5대 메이저 업체인 콴타·컴팔·위스트론·인벤텍·아리마 등이 수출 전진기지로서의 공장을 설립, 노트북PC를 생산중이며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도 속속 생산기지의 설립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국내 업체에도 가격경쟁력 확보와 좁은 내수시장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신식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PC시장 규모는 총 891만대로 미국·일본에 이어 3위며 향후 5년간 25%씩 성장, 오는 2005년에는 세계 2위인 2200만대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국내 업체로서는 유일하게 중국 선양에 주기판 및 데스크톱PC 공장을 운영중인 삼보컴퓨터 선양공장 총경리인 이윤식 전무는 “CPU나 D램 등 수입부품의 경우는 한국과 가격차이가 나지 않지만 로컬 부품의 경우 한국에 비해 30% 가량 저렴해 대략 6% 정도의 제조원가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며 “점차 로컬 부품 사용비중이 높아질 전망이어서 한국에 비해 갈수록 생산비용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시장은 특히 HP·IBM·델 등 세계적인 PC업체들도 전혀 힘을 못쓸 정도로 롄샹을 비롯한 로컬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시장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부터 랴오닝성에서 자체 브랜드 PC사업을 진행해온 삼보컴퓨터의 경우 1년 동안 PC판매량이 3만대에 그칠 정도로 시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에는 메이저에 비해 떨어지는 브랜드력의 핸디캡 없이 경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가정용시장에서는 삼성·LG 등이 더욱 친숙한 브랜드여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보의 이윤식 전무는 “중국은 2억명의 소비자와 10억명의 풍부한 제조인력이 있는 나라”라며 “국내 업체에는 새로운 한국 시장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휴대폰·모니터·광저장장치 부문에서 국내 기업들이 1위를 기록중인 것을 보면 결코 열 수 없는 시장은 아니다”며 “위험부담이 있지만 더 늦기전에 중국 시장에 들어가 국내 PC산업의 도약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홍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을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생각하고 진출하는 것은 환상”이라며 “우선은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내수 공략은 특정 성을 중심으로 지역의 특성을 잘 살펴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