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이동전화단말기와 표준형 충전기의 분리판매 시행에 들어갔지만 표준규격이나 제도가 허술해 충전기의 호환성과 안정성은 물론 성능을 보장하지 못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이동전화단말기의 입출력단자를 24핀으로 통일하는 방식으로 충전기 표준을 확정짓고 1일부터 휴대폰과 충전기 분리판매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자사제품용 충전기의 회로구성을 서로 달리하고 있어 입출력단자 표준만으로는 호환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단말기 제조사마다 휴대폰의 충전방식이 달라 충전기 회로구성도 다르다”며 “단순히 입출력단자만 표준화한 표준형이 타사 단말기 충전시에도 제 성능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도 “휴대폰과 충전기의 입출력단자를 24핀으로 통일시켜도 제품의 호환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단말기에 따라 충전기의 성능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충전기 표준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TTA의 충전기 표준규격은 입출력단자의 기능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감전이나 폭발과 같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기 시험기관으로 지정된 삼성전자 관계자는 “표준형 충전기를 시험할 때 충전기의 결함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준이 없어 자체적으로 마련해 이를 적용하고 있다”며 “안전기준 마련을 TTA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또 삼성전자와 팬택&큐리텔 등 두 곳만 표준형 충전기 시험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두 회사의 충전방식을 채택한 충전기가 제품인증시 유리해지거나 호환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시험인증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우리회사 단말기만으로 충전기를 테스트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며 “타사 단말기에도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은 엄두도 내기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제품고장에 대한 책임소재와 저가제품의 범람 등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은 단말기제조업체가 제품 고장에 대해 일괄적으로 책임을 졌지만 분리 판매로 단말기업체와 충전기업체간 단말기 또는 충전기 고장시 책임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충전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소비자는 단말기의 결함으로 여길 공산이 크다”며 “충전기 분리 판매가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한 충전기업체 관계자는 “이제 충전기도 제품인증만 받으면 누구나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콜러ID 전화기나 핸즈프리처럼 저가 중국산 범람으로 공멸할 수도 있다”며 “국내 충전기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보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