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업계에서는 산업자원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산업계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추진중인 ‘반도체산업 20주년 기념행사’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다름아닌 산업 원년을 의미하는 20주년이란 성상 때문. 한국 최초로 반도체 공장을 세웠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는 모토로라나 아남반도체가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지은 것이 각각 67년과 68년이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페어차일드가 후공정 공장을 지은 것은 더 오래됐다는 점에서 잘못 계산된 산업의 나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정만영 박사가 반도체장치연구실장을 맡아 바이폴러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것이 66년이고 하이닉스 구미공장(옛 금성반도체)의 전신인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가 출범해 반도체 연구개발제조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 76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업 원년의 기준시점은 훨씬 앞당겨져야 한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산자부와 협회의 시각은 좀 다르다.
협회는 삼성전자(옛 삼성반도체)와 금성반도체가 반도체 일관생산공장(FAB:팹)을 착공한 해인 82년을 산업 원년으로 삼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사업 진출을 ‘만천하’에 알리고 이후 반도체사업의 핵심인 팹 건설을 시작함으로써 비로소 한국 반도체산업이 태동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산업계 일각에서는 국내의 대표적인 산업 업종인 반도체산업계의 역사가 학계 등의 검증절차 없이 막연한 업계의 숨겨진 이야기나 입담으로 서술되어서는 안된다며 이 문제를 정식 논의하기 위한 토론의 장을 요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의 날 선정건도 관련 주체들의 중지를 모으지 않아 무산된 상황에서 산업 원년 기준 산정문제로 또 다시 논란을 빚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그러나 산업 역사를 바로 쓰는 문제는 그 어떤 행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업계의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반도체산업 기념행사는 다음달 9일 한국반도체산업대전(SEDEX) 부대행사를 겸해 열릴 예정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