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전세계 애니메이션의 70∼80% 가량을 제작하며 애니메이션 주문자부착생산(OEM)으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던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OEM 물량 감소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국내업체들이 외국 제작사로부터 수주받은 작품 수는 지난해에 비해 80% 가량 줄어든 200∼300편 내외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90년대 초 많게는 1만편에 육박했던 것에 비해서는 2∼3%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같은 OEM 물량 감소로 상당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기획창작으로 사업방향을 돌리고 있으며 특히 OEM 매출을 기반으로 코스닥 상장을 모색했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매출 감소 등으로 상장을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줄었나=중국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급신장이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애니메이션 OEM 경쟁국으로는 대만·필리핀 제작사들 정도였으나 90년대 말 이후 중국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저가를 무기로 OEM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최근들어 이들 업체들의 제작능력이 급격히 향상됨에 따라 외국 제작사들이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다 전반적인 세계 경기침체도 저가의 중국시장으로 쏠리는 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내 제작사들은 원화 1장에 700원을 받는데 비해 중국업체들은 국내보다 10분의 1 수준인 70원 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미국과 일본 제작사들의 작품은 중국으로 넘어갔으며, 마진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 제작사들의 주문만이 간간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며 이마저도 곧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 미치는 영향=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창작 열기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창작 노하우가 부족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획창작에 매진했던 업체들의 경우 창작을 통해 살아남을 것이며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존폐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1∼2년로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상당수 애니메이터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국 애니메이션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1한차례 이상 작품의 제작에 참여했던 애니메이터 경력자들이 대략 전국에 2만명 정도가 있으며 이 가운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력은 고작 1만명 정도”라며 “수년 전까지만 해도 성수기인 여름에는 애니메이터가 구인난이었으나 올 여름에는 비수기인 겨울보다도 구인정보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현재 전국 애니메이션 관련학과가 있는 80여개 대학에서 인력이 쏟아지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