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S산업 먹구름

 올들어 종합병원·중소병원의 부도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의료계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업체들이 수요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4일 업계와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체 병원 도산율이 10%대에 달하는 등 각 병원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면서 수요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PACS 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43개 대학병원 PACS 수요가 상당부문 소진된데다 PACS 업체의 최대 수요처인 중소병원·종합병원(699개)의 도산율이 올해 약 1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자 PACS업계의 위기설이 난무하는 등 극심한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인 방지거병원이 도산, 의료업계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그간 100병상급에서나 벌어지던 부도현상이 200병상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점차 번지고 있어 의료정보화에 대한 투자 여력이 크게 상실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병원에 PACS를 가동하기에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품목 허가를 받은 업체는 지난달 마로테크와 인포메드 단 2곳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검사기관인 산업기술시험원의 한 관계자는 “두달 전만 해도 9개 업체가 PACS 실사를 받을 정도로 바빴는데 7월을 전후해 시험검사를 의뢰하는 업체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장침체현상이 계속 이어지자 PACS업계에서는 전체 업체 가운데 30∼40%에 이르는 업체들이 도태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등 업계 위기설이 꼬리를 물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99년 11월 PACS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가 인정된 이후 이를 차지하기 위한 업체간의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요는 있어도 실익은 없는 ‘외화내빈’의 영업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다 식약청의 허가사항으로 돼 있는 PC모델에 대한 변경 허가도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뿐 아니라 시험검사기관 등에서 부과하는 수수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들어 병원들이 PACS 도입 계획을 무기 연장하고 있고 그마나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인건비만 간신히 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살아남기 위해선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