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최근의 주가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2일 주식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54% 하락한 31만9500원으로 마감됐다. 이로써 지난달 18일 35만7000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현재 12%의 주가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보통주 266만주, 우선주 40만주 등 총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오는 11월 25일까지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시장의 기대치인 5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여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SK증권 전우종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발표는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고, 더 이상의 주가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델, 애플컴퓨터, 인텔의 전환사채(CB) 물량이 일부 주식으로 전환되고, 앞으로 추가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은 주가의 숨통을 터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일 미국 반도체주의 폭락 소식으로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발표가 기대만큼 약발을 받지는 못했다. 최근 DDR가격 하락 등으로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팽배한 상황에서 미국 반도체주들의 폭락 소식은 반도체 경기 비관론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전일 17개 간판 반도체주로 구성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지면서 올들어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6.5% 급락한 17.56달러로 마감하며 다시 18달러선이 무너졌으며, 경쟁업체인 AMD도 3.7% 하락했다.
미국 내셔널세미컨덕터의 실적 기대치 미달 전망도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일조했다. 내셔널세미컨덕터는 “개인용 컴퓨터와 모니터 등 PC주변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에 대한 주문이 기대 이하”라며 “6∼8월 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미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은 양호한 반면 주가는 저평가 상태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전세계 반도체 경기 등 외부 요인과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힘들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동제 현대증권 연구원은 “1조원 정도의 자사주 매입은 전세계 정보기술(IT)주 사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큰 규모로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및 주가의 상승 요인임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현재 주식 시장은 반도체주들의 향후 영업활동이 얼마나 잘 이뤄질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사주 매입 소식이 대세를 돌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