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컴퓨터부품 상가를 대표하는 선인상가가 요즘 주인찾기 공방으로 무척 시끄럽다. 지난 97년 부도 이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해온 선인상가는 당시 임차인들이 조합을 구성, 법원의 경매낙찰을 받으면서 다소 정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경매잔금 납부를 앞두고 외국계 투자은행이 인수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한차례 소란을 겪더니 지난달에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지포럼에이엠씨라는 회사가 상가를 인수하고 법원에 소유권 등기까지 완료하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수를 추진해온 선인산업임차인조합이 강력히 항의하고 나서며 극한 대립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그동안 양측의 대립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절대 다수의 상인들마저 최근에는 양측으로 나뉘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포럼 측이 상가 인수 후에도 임대료를 올리지 않겠다며 상인 설득에 나서자 기존 임대계약의 주체인 임차인들은 임대료를 50% 인하해 줄테니 자신들과 재계약하자고 제안하는 등 혼란이 급작스럽게 상인들에게 번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선인상가의 소유권이 지포럼에이엠씨에게 넘어갔으나 법원의 강제관리가 아직 진행되고 있어 소유권과 상가의 경영이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는 기존 선인산업 주주들이 부도를 내며 안고 있는 부채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이를 토대로 법원이 강제관리나 경매의 지속 여부에 대해 시급히 처분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갖가지 송사로 얽혀 있는 이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되기는 어려운 실정이어서 향후 선인상가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혼란 속에서도 지포럼에이엠씨나 임차인조합·상인 모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최근 선인상가를 비롯한 용산전자상가가 매년 유동인구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지난 87년 상가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판에 주인찾기 공방과 임대료 문제 등으로 만일 상가 운영에까지 차질을 빚게 된다면 용산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더욱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한발씩 물러나 ‘너 죽고 나 살기’가 아닌 ‘너와 내가 함께 살 수 있는’ 상생의 지혜를 찾아 할 때다.
<정보가전부·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