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자-TI 계약 8일이 고비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 통합의 최대 관건이 되고 있는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의 반도체 수탁생산 계약체결이 이르면 8일께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의 대주주인 앰코테크놀러지는 TI의 0.13미크론 공정 주문량을 음성공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양사는 TI의 물량수주가 이번 딜의 전제조건인데다 대내외적인 조건을 고려해볼 때 이달내 최종 결론을 낸다는 반응이어서 TI의 8일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왜 8일인가=동부그룹이 앰코측에 인수지분에 따른 중도금을 납입하기로 재차 약속한 날이기 때문이다.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의 대주주인 앰코테크놀러지는 TI의 0.13미크론 공정 주문물량을 음성공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동부그룹과 앰코는 TI의 물량을 확보하는 데 협력한다는 전제아래 지분의 매각·인수를 진행하기로 하고 10%의 계약금 이외에 중도금 두차례, 최종 대금을 오는 26일까지 마무리짓기로 했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1차 중도금 228억원의 납입을 TI와의 계약체결 이후로 연기하자며 8일까지의 말미를 요구, 앰코측으로부터 동의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1차 계약금 114억원과 아남반도체 유상증자분 600억원은 예정대로 납입했다.

 하지만 동부그룹은 딜의 전제조건인 TI와의 계약이 선행돼야 나머지 금액을 납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고 앰코측은 중도금 납입일자를 또다시 연기해 주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경우 TI와의 계약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으면 동부그룹은 나머지 지분인수를 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앰코는 손실을 보고 있는 아남반도체와의 연결 재무제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아남 지분을 팔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악의 경우 장외매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떻게 될까=업계 전문가들은 양사가 TI와의 계약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앰코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단시일내 마무리될 수 있는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남의 조력이 필요한 TI로서도 양사의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0.13미크론 공정의 수율확보나 양산시기 등을 고려한다면 TI의 기약없는 계약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양사 관계자들이 TI의 계약이 조기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남측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계약대로 지분대금을 차일피일 미룰 때는 문제가 되겠지만 어차피 최종 잔금 날짜가 정해져 있고 TI도 좋은 방향으로 보고 있어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번 계약은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측도 TI가 요구중인 0.13미크론 공정을 갖추기 위해 최근 장비업체에 신규 장비에 대한 발주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는 지난달초 0.18미크론 장비 발주를 내려다 아남반도체 인수건 때문에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동부측 관계자는 “0.18미크론 공정과 호환될 수 있는 0.13미크론 공정장비에 대해 일부 발주를 냈다”면서 “TI와의 계약이 체결되면 본격적으로 0.13미크론 양산능력을 갖추는 데 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레이시아 실테라와 계약서 작성까지 완료하고 사인만 남겨뒀다가 TI의 반대로 무산된 전례를 들면서 “최종 계약 때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 “동부와 앰코의 치밀한 계획과 대안제시 등이 이 시점에는 더욱 긴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