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경영자(CEO)의 교체는 주가에 과연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최근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CEO들이 잇따라 교체되면서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해당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기업가치의 변화 등이 증권가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CEO의 교체가 우선 당장 주가에 반영되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가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 최근 IT분야에선 CEO들의 잇단 교체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선 지난달 이상철 KT 전 사장이 정통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KT와 KTF 신임 사장에 각각 이용경 전 KTF 사장과 이경준 전 KT 기조실장이 선임되는 등 KT그룹 내에서 CEO 교체 릴레이가 펼쳐졌다. 또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업체인 더존디지털웨어가 지난 1일 (주)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등을 역임한 김재민씨를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했으며, 2일에는 e러닝 전문업체인 아이빌소프트의 진교문 전 사장이 최인호 신임 사장에게 바톤을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증권가에선 최근 일련의 CEO 교체가 수년전 벤처 열풍을 틈탄 스타 CEO의 등장과 ‘CEO 주가’ 를 형성했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새로 사령탑들을 맡은 CEO들이 ‘주주 가치의 증대’라는 책무를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종목을 불문하고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인위적인 주가부양은 힘들겠지만 투자자들과 주주들의 이익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KT의 경우 민영화를 위해 지난 5월 발행한 교환사채(EB)의 교환가격이 5만94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25% 이상 빠져있는 주가를 교환가격에 가깝도록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양성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계속 횡보한다면 EB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없을 것이 자명하고 그럴 경우 민영화의 의미도 상당부분 퇴색할 수밖에 없다”며 “신임 이용경 사장이 신규 사업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하고, 수익성을 높여나가는 것은 물론 주가를 잡는데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존디지털의 경우도 떨어진 주가를 잡는 것이 뉴소프기술과의 합병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달 초 합병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우위를 점하면서 2만2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1만8000원선까지 떨어져 있다.
홍종길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금 주가 수준 갖고는 합병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김재민 사장의 영입이라는 특단의 조치가 취해진 것 아니냐”며 “그렇지만 김재민 사장이라는 간판보다는 기업용 SW 시장의 상황이 더 중요하고 단기적인 평가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임 CEO들은 ‘성장 비전과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다지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면에서 지난 2일 발표된 KTF 상반기 실적을 놓고 이경준 KTF 신임 사장이 느꼈을 압박감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통신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이용경 전 사장이 임기 동안 업계 1위 업체인 SK텔레콤과의 격차를 크게 좁히고, 무선인터넷 등 신규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켰다며 업적을 좋게 평가하면서 이 사장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변화할 KTF의 진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이빌소프트의 CEO 교체는 앞 3명의 CEO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아이빌소프트의 상반기 실적은 매출 43억원에 당기순이익 17억7000만원 적자다. 아이빌소프트측은 “진교문 전 사장이 실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e러닝 시장 활성화 지연에 실적 악화까지 겹쳐 주가가 1300원대에서 계속 내림세를 타고 있다”며 “신임 CEO가 이에 대한 치유책을 단기간에 제시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꼬일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