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가전매장에서는 제품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성능에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 최소한 100만∼200만원 비싼 외산제품을 사거나 또 국산제품을 구매했더라도 즉석에서 이를 취소하고 외산으로 바꾸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외산만이 HD TV 방송을 수용(?)=최근 서울 영등포 소재 모 백화점의 외산가전 매장을 찾은 주부 박모씨(39)는 매장직원으로부터 국산 디지털 HD TV는 대부분 1080i(interlace)와 760p(progressive) 주사선방송 방식을 동시에 실현시키지 못하며 일제인 자사 제품만이 유일하게 이를 지원한다는 말을 들었다. 국산제품으로 이를 지원하는 모델은 나온 지 얼마 안된 L사의 60인치 LCD 프로젝션 제품밖에 없다는 게 매장직원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가전업체 관계자를 통해 알아본 결과 “국산 디지털TV도 칩 자체에서 모든 디지털방송을 수신하며 모델별·제품별로 육안으로 느껴지는 선명도에서 회사마다 차이를 보일 뿐”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일부 외산 매장의 그릇된 정보제공 실태는 세계적인 기술수준을 갖춘 국산 디지털TV 제조업체들이 들으면 펄쩍 뛸 정도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 같은 잘못된 정보를 듣고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셋톱박스 분리형 판매에 급급=가전매장에서는 셋톱박스 분리형 디지털TV라도 화면상에는 DVD플레이어를 통해 제공되는 또렷한 화면이 재생된다. 상당수 고객은 이를 HD 디지털 방송화면으로 이해하고 제품을 구매한다.
최근 경쟁적으로 전시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양판점 가전매장들도 대부분 DVD플레이어로 재생한 다큐멘터리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내장형 또는 분리형 셋톱박스 설치를 통해 디지털방송을 어떻게 잘 볼 수 있느냐 여부는 뒷전인 게 사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사 가전매장에서도 “굳이 셋톱박스 설치 여부를 알리면서까지 제품을 설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실토한다. 셋톱박스 내장형보다 최소한 50만∼100만원 정도 싼 셋톱박스 분리형 TV를 권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반시민들은 매장직원의 권유에 전적으로 의존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물론 PDP TV는 전체 모델이 셋톱박스 분리형이다.
◇디지털TV 인식 태부족=전자산업진흥회는 지난 3월 약 7000만원을 들여 10만부의 디지털TV 홍보책자를 만들어 가전3사 매장 중심으로 공급했지만 6월 이전에 소진됐다. 최근 구매확산 분위기속에 화려한 화면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디지털TV 매장에서는 더이상 책자를 확인하기 어렵다.
가전업체들은 디지털TV 구매시 소비자들이 혼동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홍보가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노력도 필요한 게 사실이다. 셋톱박스 분리형 위주로 TV 판촉에만 급급한 가전업체들도 제품구매력 좌우의 요소인 브랜드이미지 제고를 위한 광고에만 힘을 쏟을 뿐 디지털TV에 대한 정확한 인식제고를 위한 노력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거치면서 디지털TV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처럼 매장에서 디지털TV에 대해 잘모르는 손님과 부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매장직원간에 혼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