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업종별로 특정 기업들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을 독점하도록 정부가 조장하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대부분의 ERP업체들은 덤핑을 불사하는 대응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다.”(ERP 전문기업 관계자)
산업자원부가 추진중인 업종별 ERP 템플릿(프로그램 서식패턴) 개발사업을 놓고 업계가 강도높은 비판을 제기해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종별 ERP 템플릿 개발사업은 중소기업의 ERP 구축과정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컨설팅 및 커스터마이징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으로 산자부는 지난해 12월 13개 컨소시엄을 1차 사업자로 선정했다. 산자부는 이들 업체를 통해 오는 10월까지 12개 업종에 걸친 ERP 템플릿 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표참조
궁극적으로 업종별 ERP 프로세스를 정형화함으로써 중소기업(고객사)들이 컨설팅과 커스터마이징 없이 곧바로 솔루션을 도입해 사용케 함으로써 ERP 보급을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 사업이 중소기업 ERP 보급확산을 꾀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업체간 덤핑경쟁과 시장구조의 획일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
우선 템플릿 개발 자체의 효과도 의문시되고 업종별 템플릿 개발이 업종별 표준처럼 여겨져 시장을 왜곡할 것이란 지적이다.
ERP 전문기업의 한 관계자는 “ERP의 속성상 아무리 잘 만들어진 패키지일지라도 현업에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업종별로 특화된 템플릿을 만들어야 하는데 12개 업종에 걸쳐 한개씩의 템플릿을 만든다는 것은 시장구조를 왜곡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13개 템플릿 개발 컨소시엄 중 8개 업체가 ERP 전문기업이 아닌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욱이 개발자로 선정되지 못한 ERP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템플릿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산자부가 최근 협업적 IT화에 적합한 확장형 ERP 개발을 위해 2차 템플릿 개발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예산 50억원을 확보하자 “3만개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의 내실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너무 조급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 영림원소프트랩은 전기전자·자동차·제약업종을 중심으로 ERP 템플릿 개발에 나서 산자부로부터 템플릿 개발사업자로 선정된 더존디지털웨어(전자), 오토에버닷컴(자동차)과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기계·의류·유통·화학·식품·서비스업종으로 템플릿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KAT시스템, 코인텍 등도 웹기반 확장형 ERP를 내세워 제품의 범용성을 강화하고 컨설팅 및 커스터마이징 능력을 배양함으로써 다양한 기업 경영환경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산자부 한 관계자는 “업종별로 1개 이상의 ERP 템플릿 개발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하는 방안을 놓고 업계, 학계 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해 업종별 ERP 템플릿 개발사업의 변화를 예상케 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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