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난 1년여 기간을 버텨왔습니다. 이제는 ‘한국 최고의 아날로그 반도체 전문회사’가 되겠다는 창업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인터피온(옛 대우금속)에서 금속사업부를 떼어내고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로 탈바꿈한 인터피온반도체(http://www.interpionsemi.com)의 명찬규 사장(47·사진)은 최근의 심정에 대해 마치 2000년 3월 인터피온의 전신인 ‘A&D반도체’ 설립 당시로 되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회사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받았던 엔젤자금이 지난해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이용호씨의 검은 돈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겪어야했던 명 사장으로서는 세월을 거스르기보다는 벤처창업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간 것이라는 얘기다.
인터피온반도체는 최근 기존에 인터피온의 주력사업이었던 금속사업부를 매각하고 감자 및 부채탕감 등을 통해 1년여만에 ‘클린컴퍼니’로 거듭났다. 기업구조조정조합 QCP6호를 대주주(10.84%)로 영입하며 주요 주주진 구성도 전면 쇄신했다.
“몇번이나 그만둘까 생각했었습니다. 손을 털고 새롭게 회사를 차리지 왜 남이 벌여놓은 일을 뒤처리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느냐는 주위의 지적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를 믿고 전재산을 투자한 소액주주들과 납기를 기다리는 고객들을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명 사장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의 인터피온반도체를 만든 데는 소액주주들의 모임인 ‘인사모’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엔지니어들을 독려하기 위해 한밤중 격려방문도 마다하지 않았던 열성 소액주주들은 7.5대1의 감자를 감수하면서도 회사를 지키는 견인차가 됐다는 것.
인터피온반도체는 이에 따라 최근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세계적인 아날로그 반도체 전문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조성을 끝냈다. 그동안 축적해둔 설계기술과 반도체 지적재산(IP)을 바탕으로 제작한 전력 컨트롤IC와 모터 구동IC, 저전력 컨버터 등 주력제품이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주문이 몰려드는 등 사업도 활기를 찾고 있다.
명 사장은 “직접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일관생산공장(FAB:팹)을 갖는 것이 꿈”이라며 “부단한 연구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주주와 고객에게 다시 이익을 환원하는 건강한 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인터피온반도체는 오는 12일 회계감사를 통해 관리종목에서 벗어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