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과 관련, 회사 실적 및 주가 전망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전망과 오히려 외국인에게 안정된 매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공존하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에 대해서는 규모면에서나 시기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동원증권은 5일 삼성전자가 최근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해 향후 실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며 이달 중순 이후 분할매수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당초 전망을 넘어서는 1조원의 자사주를 취득한 것은 향후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원증권은 또 삼성전자가 지난 99년 델과 인텔에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전환물량 171만주를 흡수, 수급을 안정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동부증권도 이날 과거 삼성전자의 자기주식 취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들어 자사주 매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주가하락이 미국 등 해외변수의 영향도 있지만 국내수급의 붕괴에서 초래됐다는 점에서 1조원의 신규 유동성 공급은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동부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94년 이후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은 총 6차례 있었으며 이 기간에 삼성전자 주가는 평균 22%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도 7.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장 상황이 불안한 가운데 계획된 자사주 매입은 외국인들에게 안정적인 매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시적인 수급과 심리의 개선효과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 효과까지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증권은 올해 3월 자시주 매입시 이사회 결의일부터 취득기간이 끝날 때까지 주가가 강세를 보였으나 취득일 이후 20일간은 오히려 13.3%나 급락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자사주 취득기간중 외국인의 지분율은 3% 이상 감소한 바 있다. 최정일 우리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취득 결의가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안정된 매도 기회가 될 수 있음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