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미국현지에서 생산될 ATTR&D의 전기차 `안비타`
국산 전기차가 미국 현지에서 로열티를 받으며 양산하게 된 것은 그동안 시험제조단계에 머물던 국내 전기자동차산업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전기차는 미국과 EU 국가에 지난해부터 약 4만대가 도로주행용으로 팔려나갈 정도로 이미 급속히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급 세계 1위인 미국에선 공해억제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 일정비율의 전기차 보급을 의무화하는 등 향후 가솔린차량을 대체할 첨단교통수단으로 시장전망이 매우 밝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작은 중소기업이 세계 최대의 미국 전기차 시장에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해 진출하게 된 것은 국내 전기자동차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평가한다.
◇ATTR&D는 어떤 회사인가=ATTR&D는 지난 97년 대우차에서 전기차를 연구하던 기술진이 나와 설립한 전기차 전문 개발업체다. 전직원이 20명도 안되는 작은 벤처기업이지만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도로주행용 전기차를 상품화했으며 현재 저속 전기차량 ‘인비타’(시속 50㎞), 고속주행용 ‘퍼레이드’(시속 110㎞), 소형 전동트럭 등 다양한 전기차량의 구조설계와 변속기어, 모터 등 부품 개발능력을 갖고 있다.
이는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 등 유명 자동차업체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전기차 회사들과 맞먹는 기술수준이다. 게다가 자동차와 전기, 전자산업이 고루 발달한 한국경제의 특성상 ATTR&D는 일본, 미국에서 직접 부품을 조달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보다 거의 절반 가격으로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다. 선진 각국에서 전기차 보급의 최대 걸림돌인 값비싼 차량 가격문제를 손쉽게 해결해낸 것이다.
미국 투자전문회사인 머레이캐피털은 오리건주의 한적한 소도시 서더린에 유치할 첨단산업을 물색하던 중 올초 한국의 전기차 업체 ATTR&D를 점찍고 전격적인 협상타결을 이끌어냈다.
◇국산 전기차의 미국 진출 효과=국산 전기차가 미국 현지공장에서 양산될 경우 국내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동차를 구성하는 2500여 전기부품이 대부분 국내서 조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만식 사장은 무거운 배터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차량부품이 한국에서 조달될 것이며 외국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이에 따라 ATTR&D와 부품공급계약을 맺은 대일공업, 한국델파이 등 국내 80여 부품업체가 미국 전기차 특수를 누릴 전망이다.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 연산 3만대 규모의 현지 전기차공장이 가동되면 한국에서 소싱하는 부품수요만 해도 줄잡아 연 1000억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04년 말까지 서덜린 제2공장이 준공되면 전기차 생산능력은 총 6만대로 확대돼 국내 전기차 부품수출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전기자동차는 그 자체가 고성능 모터, 배터리, 전자부품의 결합체이기 때문에 미국 내 전기차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국내 전기차 관련 부품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현황=전기자동차는 현재 미국과 EU 국가에서 저속차량(LSV:Low Speed Vehicle)으로 규정, 기존 내연기관차량과는 별도의 안전규정·세율을 적용해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정부의 무관심 속에 현행 자동차 관리법상 전기차 관련 규정이 전무해 형식승인 취득조차 어려워 전기차보급이 난항을 겪고 있다.
ATTR&D가 미국에서 우선 생산할 인비타는 시내도로를 50㎞ 이하로 달리는 저속 전기차종이며 고속도로주행도 가능한 퍼레이드 모델은 기존 가솔린 준중형 승용차와 맞먹는 고성능 전기차량으로 내년말 상용화될 전망이다. 전기차는 부품교환이 거의 필요없고 운영비는 하루 전기료 400∼500원에 불과해 경제성면에서 가솔린차량을 압도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