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고가제품 판매 볼썽 사납다"

 ‘7000만원짜리 산삼세트, 1700만원짜리 순금 골든볼, 1580만원짜리 수입 모피코트….’

 케이블TV 홈쇼핑 채널에서 잇따라 방영된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고가제품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주요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불필요한 사치 과소비를 조장하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홈쇼핑 업체는 일회성 이벤트고 VIP마케팅의 일환이라며 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 홈쇼핑 업체가 시범적으로 선보인 고가제품이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이면서 방영시간을 더욱 늘릴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어떤 고가제품이 있나=농수산TV는 올해초 방영된 산삼이 성황리에 판매되자 최고 수령이 95년에 달하는 7000만원짜리 산삼세트를 내놨다. 이에 앞서 농수산TV는 지난 1월과 4월 2500만∼4500만원짜리와 9000만원짜리 산삼세트를 방영했다. 현대홈쇼핑도 최근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 이탈리아 모피코트를 예약판매하는 ‘모피 특별전’을 방송해 2시간 만에 1억6000만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이날 예약판매된 모피코트는 1580만원짜리 린디 블랙그라마 피메일 롱코트 등 3종 16벌로 모두 수입제품이다.

 우리홈쇼핑도 1026만원에 달하는 경주 보문단지의 일성콘도 회원권을 방영, 시간당 2억8000만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월드컵 기간에 1700만원짜리 월드컵 기념 순금 골든볼을 판매해 한시간 동안 6개나 판매했다. 이 밖에 LG홈쇼핑과 CJ39쇼핑도 VIP마케팅의 일환으로 수백만원에 달하는 명품 브랜드와 다이아몬드 등 보석류를 판매, 한시간 만에 수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가제품에 대한 비판 여론=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일부 네티즌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 제품이 가격도 가격이지만 일반인이 사기에는 꿈도 꾸기 힘든 상품이기 때문이다. 제품 역시 대부분 고가의 수입제품이어서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할 뿐더러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는 시각이다. 홈쇼핑이 일부 VIP고객을 위한 제한적인 채널이 아닌 대다수 케이블 가입자를 겨냥한 준 공공 채널임을 고려할 때 상품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부분의 고가품이 수입제품이어서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홈쇼핑 채널의 근본 취지에도 크게 어긋난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YMCA 측은 “최근 홈쇼핑 채널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시간 내에 최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수입 고가제품을 아무런 여과없이 방영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여론을 통해 홈쇼핑 업체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뿐 아니라 방송위나 공정위 등 유관부처를 통해 이들 상품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상반된 홈쇼핑업체의 반응=홈쇼핑 업체는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선발과 후발업체의 시각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이미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선발업체는 VIP마케팅 차원에서 고가품목은 인정하지만 극소수 특정계층만을 위한 수천만원에 달하는 상품은 홈쇼핑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반응이다.

 반면 후발업체는 방영시간대가 대부분 심야며 상시적인 방영이 아닌 일회성 행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다소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LG홈쇼핑은 고가제품의 방송편성은 자제하는 대신 1년에 3회, 상위 5%에 해당하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별도의 카탈로그를 제작, 발송하는 방식으로 고가제품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상품을 판매하든지 업체의 자유지만 홈쇼핑이 이미 일반인들의 새로운 쇼핑문화의 하나로 정착됐고 설립목적이 유통과 물류가 취약한 중소기업 육성임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위화감을 주는 수입 고가상품 편성은 신중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