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비즈니스 컨설팅 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미국 엔론사의 분식회계 파문으로 촉발된 세계 컨설팅 업계의 변화는 동종업체간 잇따른 인수합병 및 본사로부터의 분리독립과 맞물리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후폭풍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계 굴지의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컨설팅과 IBM글로벌서비스의 전격적인 합병이 국내에 미칠 영향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각 변동 요인=엔론사의 분식회계를 방조한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아더앤더슨이 파산의 길로 접어들면서 업계 변화에 불을 댕겼다. 미국 정부는 기업들의 잇따른 회계부정 사건이 꼬리를 잇자 회계법인과 관련을 맺고 있는 컨설팅기업들에 조직을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아서앤더슨은 전세계에 퍼져 있는 회계·컨설팅 법인들을 경쟁사들에게 나눠 매각하면서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KPMG컨설팅은 최근 전세계 23개 지역에 나가 있는 아서앤더슨의 컨설팅법인 자회사를 인수키로 합의했다.
딜로이트컨설팅도 하반기 중 모기업인 딜로이트투시토마츠인터내셔널로부터 완전 독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딜로이트컨설팅이 컨설팅과 회계 부문으로 나눠지면서 세계 빅5 회계법인 모두 컨설팅과 회계감사 업무부문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특히 최근 IBM이 컨설팅 업계 선두주자인 PwC의 컨설팅사업부를 인수키로 합의하면서 업계는 변화의 회오리에 휩싸이게 됐다. 당초 PwC는 이달께 사명을 ‘먼데이’로 바꾸고 컨설팅 부문을 독립시키기 위한 수순을 밟아왔다. 이에 앞서 KPMG는 KPMG컨설팅을 지난해 매각했으며, 언스트&영은 지난 2000년 컨설팅 사업부문을 프랑스업체 캡제미니에 넘겼다.
◇국내에 미칠 영향과 전망=컨설팅업계는 최근 한국아더앤더슨그룹의 해체, IBM의 PwC컨설팅 인수, 딜로이트컨설팅의 컨설팅부문 독립, 캡제미니언스트&영의 한국시장 재진입 시도 등으로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이로 인해 이른바 ‘빅6’간의 컨설팅업계 경쟁구도는 한국IBM(PwC컨설팅)·액센츄어·딜로이트컨설팅·KPMG컨설팅 등 ‘빅4’로 급속히 재편돼 가고 있다.
한국아더앤더슨그룹은 미국 본사가 컨설팅 부문을 KPMG컨설팅에 넘기기로 합의함에 따라 KPMG컨설팅코리아 측과 통합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덕분에 KPMG컨설팅코리아는 한국아더앤더슨의 노하우·지명도·고객사 등을 확보할 수 있게 됨으로써 종합컨설팅 분야에서 급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는 미국 본사가 모기업 회계법인으로 부터 완전분리키로 함에 따라 다음달부터 회사명을 ‘브렉스턴’으로 바꾸고 독립 체제를 본격 가동한다. 지난 1월 한국지사를 철수했던 캡제미니언스트&영(CGE&Y)의 경우 최근 삼성SDS계열 컨설팅업체인 오픈타이드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삼성그룹을 비롯한 국내 시장 재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IBM이 3분기까지 PwC 컨설팅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법인들도 합병 작업에 본격 들어갈 예정이다. 직원 1000여명 규모의 한국IBM 글로벌 서비스 사업부문이 400명의 전문 컨설턴트를 가진 PwC컨설팅코리아를 흡수할 경우 국내 최대규모 컨설팅 조직이 탄생하게 된다.
한국IBM과 PwC컨설팅코리아의 합병에 따른 후속 움직임과 경쟁 업체들의 대응도 주목되고 있다. 컨설팅업체들은 “한국IBM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한국IBM ‘우산’ 속으로 들어가는 PwC컨설팅에 더이상 컨설팅 업무를 맡기지 않음으로써 합병에 따른 상승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양사의 문화와 임금체계가 달라 최영상 PwC컨설팅코리아 사장을 비롯해 일부 컨설턴트들이 한국IBM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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