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준 지오이네트 사장
최근까지 국내에서 데이터 보호 분야의 이슈는 바이러스와 해킹으로부터 기업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에 중점을 둬 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은 서버 데이터의 보호에만 치중해 왔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PC 데이터의 저장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10MB급에 지나지 않아 PC 데이터에 대한 고민은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PC 보급이 1500만대에 육박하는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시중에 판매되는 PC의 하드디스크 용량은 최소 20Gb급 이상이며 기업의 기밀자료와 회계자료, 연구논문 등 수많은 중요 데이터가 저장돼 있다.
가트너그룹의 조사에 의하면 기업의 중요 데이터 가운데 75%는 서버가 아닌 PC에 보관돼 있다. 데이터의 가치를 따진다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일이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 재산가치나 피해정도를 추산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얼마 전 발표된 미국 대학의 연구자료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미국 유수 대학의 노동경제학 교수가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업용 PC는 총 7600여만대, 노트북은 1500여만대, 데스크톱은 6100만대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한해 460여만대(전체의 약 6%)의 PC에서 데이터 손실(data loss)이 발생하고 있으며, 사고 한건당 피해액은 4016달러에 이른다. 이를 전체 피해규모로 추산하면 매년 약 19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의 경우 정확한 연구사례를 찾아볼 수 없지만 미국의 경우로 추산하면 연간 약 4조원의 피해사례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지난 98년의 경우 동일한 연구진에 의해 발표된 PC의 대당 피해액이 2557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3년만에 약 60% 이상 손실이 증가된 것으로 더 이상 그 피해를 방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안타까운 현실은 기업의 중요 자산인 PC 데이터에 대해 국내 기업의 경우 개인에게 그 관리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데이터 손실 유형에 대한 그릇된 이해 때문에 바이러스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다.
또 해마다 증가하는 PC 데이터 복구비용에서도 PC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데이터 파손시 평균 70% 정도만 복구할 수 있을뿐 100% 복구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며 복구기간 등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그 피해는 매우 크다.
최근 일부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의 경우 기존의 CD 복사를 통한 데이터 백업을 권장했던 정책을 백업솔루션 도입과 같은 능동적인 백업정책을 마련하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아가 ‘사내어사제’와 같은 제도를 시행해 내부자에 의한 자료의 유출을 방지하고 있으며 e메일을 통한 자료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전송용량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기업의 PC 데이터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기업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능동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기업 데이터의 온전한 보관과 활용은 두말할 나위 없이 기업의 경쟁력이며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에서도 데이터에 대한 가치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월드컵을 통해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는 오늘, 기업과 개인에게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완전하게 보호함으로써 지식강국으로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95% 이상의 기업이 데이터와 프로그램을 불과 며칠 안에 완전히 복구,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그곳에 있던 국내 기업의 경우 일주일 넘게 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