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월드> 게임개발1세대 젊은 라이벌 이상윤 · 김학규

◇닮은꼴 사나이=80년대 말 대학교 수학과 입학, 창업과 동시에 휴학, 라면으로 연명(?)하며 게임 개발을 포기하지 않음, 현재 너무 ‘잘나가서’ 복학은 꿈도 못 꿈.

 이 모든 사실의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다. 바로 판타그램 이상윤 사장(32)과 그라비티 김학규 개발이사(31)다. 두 사람 모두 유년시절 동네 게임장 오락과 온갖 방법을 동원해 얻어 온 외국산 게임을 섭렵했고 청년시절에는 게임개발에 직접 뛰어들었다. 종이명함이야 서로 다르지만 한국 게임산업이라는 큰 맥락에서보면 ‘1세대 젊은 게임개발자’라는 공통된 명함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PC게임 ‘커프’와 ‘악튜러스’를 개발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데 이어 올해는 최고의 인기 온라인 게임으로 꼽히는 ‘샤이닝로어’와 ‘라그나로크’도 나란히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들의 발자취는 꼬리에 꼬리는 무는 닮은 꼴이다.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과 안면, 개발색깔 정도만 알고 지내는 정도다.

 ◇실력 인정받은 개발자들=김 이사와 이 사장은 천상 개발자다.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어 우선 좋아요.” 최근 삼성전자측의 투자를 받으면서 대표이사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긴 김 이사는 요즘 온갖 프로그래밍 서적을 탐독하면서 또다른 대작구상에 여념이 없다. “프로그래밍이란 노력만 하면 ‘언젠가는’ 해결방법이 있는 데 경영에는 게임 이외에 다른 변수가 많습니다.”

 이 사장은 머리터지는 프로그래밍 작업이 훨씬 쉽다고 자신한다. 이들의 실력은 대기업 투자로 인정받았고 성과는 해외 수출로 나타났다. 그라비티와 판타그램은 각각 삼성전자와 CJ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받았고 올해 연달아 해외에 수출되는 성과도 올렸다.

 사람들 눈에는 이 두 젊은이들의 행보가 자칫 ‘경쟁’ 구도로 읽힐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게임 불모지에서 대작 게임에 도전해왔던 이들로서는 한국 게임산업을 이끌어가는 보이지 않는 동업자다.

 ◇나란히 상용화 시험대에 올라=지금이 이 사장과 김 이사에게 있어 사업상 매우 중요한 시기다.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샤이닝로어’와 ‘라그나로크’의 상용화 성공여부가 결정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 모두 온라인 게임의 성공적인 상용화 방법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한데서도 알 수 있다. 현재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는 이달 초부터 유료화됐으며 ‘샤이닝로어’도 모 국내업체와 서비스 시기를 논의 중어서 곧 상용화될 예정이다.

 ‘블리자드’는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뽑은 가장 좋아하는 게임 개발사. 이유는 두말없이 완성도 높은 게임을 제 시간에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드는 게임도 ‘블리자드’와 같은 명성과 파워를 자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0년 내에 가능하다고 본다면 길게 잡은 걸까, 짧게 잡은 걸까.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