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바다 그 후…`, 공전만 거듭

 

 온라인 음악파일 교환사이트인 ‘소리바다’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지 한달이지만 디지털시대의 음악 비즈니스 모델 수립과 관련한 실질적인 후속작업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범정부 차원은 물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지적재산권 보호와 인터넷 정보공유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으나 첨예한 입장차 속에서 공전만 거듭되고 있다. 또 음반기획 및 제작사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유료화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불법 온라인 사이트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일관하며 자사의 권익 보호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이와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일방적으로 상대편을 비방하는 것은 득이 될 수 없다”며 “각계가 공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만이 디지털 시대에 국내 음악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해 업계의 자세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음반사 유료모델 수립 난항=소리바다 판결은 국내 음악업계에 ‘온라인 음악유통’에 대한 숙제를 제시하는 한편 업계 공동의 해법찾기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도레미미디어를 비롯해 판당고코리아·위즈맥스·만인에미디어 등 음원을 보유한 회사들은 소리바다 판결 이후 긴급회동을 갖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 고무적이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각 음반사마다 의견이 상이한 데다 유료화 모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공전만 거듭되고 있다.

 이들은 ‘先폐쇄, 後협상’이라는 골조 아래 우선 불법 음악사이트에 대한 보상문제를 결론지은 다음, 적정한 과금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 음원 하나당 사용료를 정하고 나서 다운로드된 횟수만큼 지불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보상문제가 타결되지 않아 다음 단계로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연예계 비리를 둘러싼 검찰수사가 아직까지 타결되지 않고 있는 것도 유료모델 수립에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CP는 저작 사용료 내느라 골머리=범정부 차원에서 불법 사이트에 대한 검열이 본격화되자 온라인 음악서비스 회사(CP)들은 일단 합법화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벅스뮤직, 푸키, 맥스MP3, 뮤즈캐스트 등 국내 대표적인 CP의 경우 저작권 사용료와 관련해 음악저작권협회와 협의를 마쳤거나 협의중이다.

 그러나 저작권 이외에 저작인접권과 실연권까지 지불할 경우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서비스 운영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P2P 유료화는 ‘산넘어 산’=소리바다 서비스가 중지된 이후 네티즌들은 다른 무료 파일 교환사이트를 찾아 흩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P2P 사이트들은 회원을 늘리는 절호의 기회라며 소리바다 회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P2P 서비스를 유료화할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P2P의 특성상, 이용자에게 비용을 내도록 설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 영리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MP3 파일을 공유하려는 사람들이 이를 매개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할리 만무하다는 것. 또 P2P 방식의 경우 상품이 되는 MP3 파일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은 데다 파일을 교환하는 네티즌들이 익명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중앙에서 통제할 수 없는 것도 유료화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