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통신사업자나 포털업체, CP 등은 이번 망개방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면서도 당장 이동통신사 중심의 시장구조가 변화하거나 무선인터넷사업으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이달말 고시될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개정안이 무선망 개방을 촉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방의 범위나 수준이 더 확대돼야 이동통신사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이들의 요구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포털 및 CP=포털업체나 CP들은 무선인터넷망 개방에 대비, 하위 CP를 모집하거나 숫자도메인을 확보하는 등 여러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포털업체들은 유선인터넷에서 쌓은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로 시장진입이 용이할 것이란 전망이다. 포털업체와 달리 브랜드력이 약한 CP들의 경우 당장 독립 포털사업을 벌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동통신사 이외에 포털 등으로 콘텐츠 유통채널이 다양화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동통신사가 운영중인 포털에 비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무선포털 운영 노하우나 CP 모집력에서 뒤지는데다 이번 망개방이 게이트웨이 개방에 국한돼있어 이동통신사와 대등한 사업을 벌이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게이트웨이 개방은 브라우저 서비스 개방을 의미한다. 하지만 텍스트 기반의 브라우저 서비스는 무선인터넷 서비스에서는 이제 구식에 속한다. 게임 등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가 사용자 편의성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업체 한 관계자는 “이마저도 서비스를 하려면 3개월 전에 통보해야 한다고 이동통신사가 서비스 약관을 제시하고 있어 사실 개방이라기보다는 허가제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이동통신사와 협의하려면 8∼9개월은 걸린다”며 이동통신사와 대등한 경쟁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포털업체들은 게이트웨이 개방을 등록제 형태로 전환하고 플랫폼도 개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독립적인 과금 및 사용료 회수를 위해 포털에도 망연동장치(IWF)를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유선통신사업자=KT,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 유선통신사업자들은 이번 망개방으로 무선ISP, 무선IDC, 무선ASP, 무선포털 등 여러가지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유선통신사업자들은 이런 사업의 경우 수익모델이 불투명하다며 현재 IWF 개방보다 더 깊은 수준의 개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KT 이외에 데이콤이나 하나로통신이 이동통신사와 망개방 상호협정을 서두르지 않는 것도 당장 뛰어들어봐야 먹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데이콤 관계자는 “무선IDC 사업의 경우 기존 고객이탈 방지 차원일 뿐 이를 통해 매출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무선포털 사업도 기존 유선포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이동통신사와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현 수준의 개방으로 수익모델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선통신사업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제공,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이동통신사 교환기로부터 유선 패킷망으로 곧바로 연결,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하는 교환기 접속 등으로 망개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는 “개방할 것은 이미 다 개방했다”며 유선통신사업자들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정통부는 필요하다면 망개방 수준을 확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지만 일단 1차 망개방에 따른 서비스 활성화 추이를 지켜보면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