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IT수출 낙관은 이르다

 ◆금기현 논설위원 khkum@etnews.co.kr

지난달 IT수출 실적이 1년전과 비교해 두자릿수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동안 대부분의 산업이 부진과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IT관련 제품의 수출이 30% 이상의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것은 ‘희망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산업자원부의 7월중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통관을 기준으로 반도체는 지난해 7월보다 58.8%나 늘어난 13억8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컴퓨터는 같은 달과 비교해 39.4% 증가한 11억4000만달러에 이르렀다. 무선통신기기는 모두 20억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50.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IT관련 제품의 수출이 이렇게 전례없이 크게 늘어난 까닭은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각국의 제품수요 확대와 우리나라 업체들의 시장개척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반도체의 경우는 하반기 계절적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한 D램 가격상승, 시스템IC 개별소자 등의 수출증가세와 함께 작년 수출부진에 따른 반등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무선통신기기와 컴퓨터 등의 수출은 품질 디자인 등의 경쟁력이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수출시장이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중심에서 중국 등으로 다변화,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실적을 보면 우리나라 휴대폰의 중국 수출은 무려 68배나 뛰었고 컴퓨터도 75%의 증가율로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7월 실적만 보면 우리의 IT수출은 낙관할 만하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IT수출이 두자릿수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IT수출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속단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비교기간인 작년 7월중 IT수출이 최악의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회복세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참고로 지난해 7월 반도체는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63.9%, 컴퓨터는 -32%로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비춰 보면 올 7월 IT수출의 성장은 예년 수준에 그치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미국경기가 회복되고 정보통신부문의 수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경제연구소의 전망이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IT투자 부진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IT수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의 수출 내용을 뜯어보면 구조적 취약성도 적지 않다. 반도체·LCD모니터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고 수출국도 미국·일본 등으로 일부 국가에 한정돼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IT수출 회복에 대한 섣부른 기대를 갖기보다 총력체제를 더욱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보다 근본적인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예컨대 미래 핵심제품 또는 부품소재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이와 함께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수출국을 다변화해 급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은 물론 아시아·유럽시장으로 거래선을 확대해 나가는 것에도 주력해야 한다.

 정부는 IT수출 회복을 통한 IT업체들의 성장을 되살리지 못하면 장기적인 수출침체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기조를 재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