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맨인블랙’ ‘터미네이터’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해리포터’ ‘인디아나존스’ ‘다이하드’ ‘007’ ‘투캅스’의 공통점은. 공전의 히트작이자 속편·시리즈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영화라는 점.
지금 영화가는 속편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편의 흥행을 등에 업은 후속편이 잇따라 쏟아지고 나름대로 흥행에도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외 영화시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 국내 개봉작만 봐도 이 같은 추세가 뚜렷하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 ‘맨인블랙2’ ‘스튜어트리틀2’ 등이 모두 전편의 명성에 반쯤 기대며 선보인 작품들이다.
국내흥행은 기대만큼 높지 않았지만 이미 북미시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춘 만큼 다른 해외지역 흥행수익은 고스란히 보너스로 굴러들어오는 격이니 아쉬울 것은 없다. 특히 스타워즈의 경우 현재 5편의 시리즈가 나왔지만 나름대로 모두 성공을 거둔 셈이어서 영화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와 내년 사이의 개봉 예정 영화 라인업을 보면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강해진다. 올해 말 ‘반지의 제왕2’와 ‘해리포터2’가 일제히 개봉하는 데 이어 007시리즈 20번째 작품인 ‘어나더데이’도 국내 영화팬을 찾아온다.
◇‘반지의 제왕2’ vs ‘해리포터2’=이 가운데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속편은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다. 최고 흥행수입에 팬터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데다 인디아나존스, 터미네이터 등 다소 나이가 지긋한 브랜드와는 달리 지난해 말 개봉된 가장 따끈따끈한 화제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두 작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말 비슷한 시기에 개봉될 예정이어서 이들 영화간 2차전을 지켜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벌써부터 예고편과 티저포스터가 등장해 영화팬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2-두개의 탑’편은 악의 세력을 대표하는 두 개의 탑 사이에 동맹이 체결되면서 악의 세력이 더욱 강해진다는 것, 또 절대반지를 소유했던 골룸이 다시 등장하고 전편에서 죽었던 간달프가 백색의 마법사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등 다양한 등장인물의 치열한 갈등구조가 전편 못지않게 박진감있게 그려질 예정이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1편에 이어 크리스 컬럼버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1편이 해리가 호그와트와 마법사 친구들이라는 새로운 가정과 가족을 얻는 과정이었다면 2편은 그것을 지키려는 2학년생 해리의 싸움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심술궂은 더즐리 이모 내외와 사촌 두들리가 벼르고 있는 프리벳가로 돌아온 해리의 방학은 시험기간보다 더 괴로워하던 어느날 도비라는 이름의 집 요정이 해리의 침실에 나타나 호그와트로 돌아가면 엄청난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이밖에 올 연말에는 시리즈 중의 고전인 007이 62년 첫편 제작이후 40년 만에 20번째 클론으로 재탄생한다. 올 12월 국내 개봉 예정인 007 시리즈 20편 ‘어나더데이’는 차인표가 북한국 자오역 출연제의를 거절해 더욱 화제가 된 작품. 뉴질랜드 출신의 감독 리 타마호리가 연출을 맡은 ‘어나더데이’는 피어스 브로스넌, 주디 덴치, 할리 베리, 릭 윤 등이 출연하며 아이슬랜드 설원을 배경으로 대규모 추격신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물론 007의 명성은 미국 패권주의 이데올로기와 식상한 전개 등으로 많이 퇴색됐지만 영화 브랜드면에서는 아직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수면위로 떠오른 2003 후속작 대결=내년에는 ‘터미네이터3’ ‘매트릭스 2, 3’ ‘인디아나존스4’가 흥행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내년 여름 개봉예정인 ‘터미네이터3(기계인간의 봉기편)’도 1, 2편에 이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작품. 특히 터미네이터2의 재미가 1을 능가했다는 반응이 만만찮아 3편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는 상황이다. 1억7000만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터미네이터3는 ‘U-571’의 조너선 모스토가 메가폰을 잡고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3000만달러의 어마어마한 몸값으로 존 코너를 지키는 수호자로 다시 등장한다.
특히 T3는 TV 탤런트 출신인 크리스티나 로켄이 터미네이트릭스 T-X라는 새로운 여성 터미네이터로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줄 예정이다. 20대 청년으로 성장한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미래를 지배한 컴퓨터가 여자 사이보그인 터미네이트릭스를 파견하고 이에 맞서는 인류가 사이보그 T-800을 파견해 코너를 보호한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
조지 루커스에 의해 만들어질 ‘인디아나존스4’도 빼놓을 수 없는 시리즈물이다. ‘레이더스’를 시작으로 ‘인디아나존스’와 ‘인디아나존스3:최후의 성전’이 모두 인기를 거둔 만큼 4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해리슨 포드 등 기존 제작·출연진이 다시 의기투합한 만큼 많은 팬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한다.
미래 세계의 단면과 기발한 화면구성으로 인기를 모은 ‘매트릭스’도 내년 개봉을 목표로 2, 3편이 동시 제작되고 있다. 매트릭스 2편 ‘재장전’과 3편 ‘혁명’은 인간의 해방과 자유를 꿈꾸는 네오와 컴퓨터가 조종하는 매트릭스의 계속되는 투쟁이 그려진다.
제작사인 워너측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어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 네오가 컴퓨터와 현실세계를 꿰뚫어보게 되지만 매트릭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게 되며 다양한 악역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속편 가능한 영화가 좋은 영화?=이뿐만 아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소림축구’ ‘스파이더맨’ ‘오션스일레븐’ ‘더티 댄싱’ ‘슈렉’ ‘와호장룡’ ‘미녀삼총사’ 등도 속속 속편 제작계획이 발표되고 있다.
국내에 5월 개봉된 ‘스파이더맨’은 1편 성공이후 바로 2, 3편 제작계획이 발표됐다. 2편은 2004년 5월에, 3편은 2006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주인공 토비 맥과이어와 커스틴 던스트 등 기존 출연진이 고스란히 등장하며 감독도 샘 레이미가 계속 맡게 된다.
‘오션스일레븐’도 전편 흥행에 따라 속편이 제작된다. 프랭크 시내트라 주연의 60년작을 스티븐 소더버그가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8500만달러의 제작비로 무려 4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미 속편 시나리오 작업이 끝난 상태.
5월 국내 개봉돼 흥행에 성공한 ‘소림축구’는 주성치 감독이 속편 제작계획을 밝힌 상태다. 특히 주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경기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말해 속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처녀의 일상과 심리를 재미있게 그려내 공감을 샀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도 속편제작에 들어갔다. 속편의 내용은 은행원인 주인공 케이트 리디가 아이를 낳은 후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87년 패트릭 스웨이지, 제니퍼 그레이 주연의 ‘더티 댄싱’도 15년 만에 속편으로 만들어진다. 미라맥스와 아티잔영화사는 ‘더티 댄싱’ 속편을 ‘하바나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제작할 계획이며 혁명의 열기가 가득한 쿠바 17살짜리 소녀의 꿈과 사랑을 그릴 예정이다.
국내 영화는 ‘투캅스’ ‘여고괴담’ 이외에 이렇다할 만한 속편이나 시리즈물이 없지만 ‘친구’나 ‘쉬리’ 등 지명도 있는 대박급 영화가 있는 만큼 앞으로 속편제작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여고괴담3’가 제작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강제규 감독이 ‘쉬리2’를 준비하고 있으며 ‘친구2’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