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부도를 낸 메디슨의 인수합병과 관련, 춘천법원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작업이 무산됨에 따라 제3자 매각을 통한 메디슨의 기업정상화 방안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메디슨은 현금 유동성 문제 해소 등을 통해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독자회생론에 목소리를 더욱 실을 수 있게 됐으며 세계 굴지의 초음파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이 싼값에 외국계 기업으로 넘어가는 위기를 모면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M&A 무산 이유=메디슨의 법정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춘천법원 민사2부가 ‘적당한 인수조건을 제시한 업체들이 없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 어렵다’는 법정관리인측의 의사를 전달받고 이를 존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메디슨 공개입찰에는 독일 지멘스, 필립스 등 해외 유수 의료기기업체와 일진그룹이 참여했으며 이들 업체 중 일부는 메디슨의 청산가치가 1200억∼1300억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이 금액에 훨씬 못미치는 200억∼400억원대를 제시했다.
또 인수조건이나 가격, 인력고용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 등 내재된 메디슨의 기업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무산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메디슨측은 밝혔다.
따라서 영화회계법인·한누리투자증권 등은 이같은 내용의 입찰제안서를 평가한 결과 보고서를 지난 5일 법원에 알렸으며 이를 법원이 수용해 메디슨 M&A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작업이 무산됐다.
◇독자회생론=메디슨의 관계자는 “연초 부도 이후 인수업체 및 컨소시엄의 최종인수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일부 인수업체들이 자사에 내재한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인수가격의 상당한 하락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메디슨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무산에 대비해 독자생존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해왔으며 이달 30일까지 회사의 정리계획안을 새롭게 마련할 계획이다.
메디슨은 인수업체들이 2000년 웰컴기술투자와의 무한기투 주식과 관련된 소송건 내지는 해외에서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2001년 GE와 계약을 체결한 크레츠테크닉의 매각 딜(deal) 등을 회사의 불확실성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점들이 영향을 미쳐 인수업체들이 제시한 금액과 메디슨의 청산가치 및 계속기업가치에 현저히 차이가 있다면 제3자 매각을 통한 회사 정상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초음파진단기시장 여건의 호전도 독자회생에 힘을 싣고 있다. 메디슨은 부도 여파에도 불구, 상반기에 초음파진단기부문에서 46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 2월 부도 직후 세웠던 432억원의 매출목표를 초과달성한 것이다.
따라서 의료기기 매출이 주로 하반기에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디슨이 올해 목표한 1200억원의 매출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메디슨측은 밝혔다. 이렇게 되면 안정적인 현금확보에는 무리가 없고 출자전환·부채탕감 등을 통해 부채를 1000억원대로 줄이면 독자회생은 무난하다는 것이 메디슨의 주장이다.
한국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고도기술력 등을 고려할 때 메디슨의 매각보다는 자력으로 기업정상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채권단측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메디슨 브랜드를 외국에 넘기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매각건 불발로 메디슨은 자구노력을 통한 기업정상화에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적으로 기업매각을 재시도하더라도 재유찰이 유력시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다 자금유동성이 확보되고 동종업계의 매각반대 정서를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