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냐, 거래액이냐’
최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발표한 상반기 실적을 두고 닷컴기업들간에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다음이 밝힌 상반기 전자상거래 매출은 669억원으로 주요 포털업체들의 쇼핑몰 매출의 40배에 가깝고 몇몇 전자상거래 전문업체의 전체 매출액보다 많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자신들은 매출액을 수수료 기반으로 계산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전문쇼핑몰들은 자신들이 포털업체보다 상거래 매출이 뒤진다는 것이 자칫 시장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수수료로 계산해라=인터파크(대표 이기형)는 올해 전체 매출액을 594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다음보다 장사를 못한 셈. 인터파크측은 “티켓·항공권 판매 등 수수료로만 계산한 부문을 거래액으로 환산할 경우 전체 매출이 800억원으로 늘어나고 여기에 월드컵 입장권 판매까지 더하면 1000억원도 넘을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옥션(대표 이재현)도 올해부터 상반기 실적을 수수료로 산정해 매출이 158억2000만원으로 다음 매출보다 4배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거래액으로 산정하면 1980억원으로 늘어나 다음 매출보다 3배나 많아진다.
NHN·프리챌·야후코리아·엠파스 등 포털업체들도 발끈하긴 마찬가지다. 이들의 상반기 전자상거래 매출은 NHN(대표 이해진·김범수)은 17억8000만원, 엠파스(대표 박석봉)는 18억원을 비롯해 프리챌(대표 전제완)과 야후코리아(대표 이승일)도 수십억원 미만이지만 이는 수수료 기준 매출로 다음과 일괄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 실제로 다음의 전자상거래 매출을 수수료 기준으로 계산하면 100억원 규모에 불과하고 전체 매출액도 340억원대로 뚝 떨어진다. 경쟁 업체인 NHN의 상반기 매출액 3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실익이 중요하다=업체들이 이처럼 회계정산방식에 대해 문제를 삼는 이면에는 외형만으로 닷컴기업의 성장성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들은 다음의 상반기 매출액은 911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10%에도 못미치는 42억원에 불과했다며 외형에 비해 실익이 적었다는 점도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이제 매출은 더이상 평가기준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은 아직도 매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외국기업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실제 수익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수수료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도 다음이 거래액 기준을 고집하는 것은 매출을 부풀리고 전자상거래 매출이 많은 것처럼 보이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에 대한 다음측의 반론도 만만찮다. 다음의 원윤식 팀장은 “다음도 수수료 기준으로 정산하는 매출이 일부 있다”며 “거래액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거래과정과 관례상의 이유일 뿐 매출을 부풀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한편 2003년부터는 한국회계연구원이 마련한 새 회계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 전자상거래 매출을 전체 거래액 기준으로 잡아온 업체들의 매출은 현재보다 60∼80%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과연 새 회계기준이 적용될 내년에도 다음이 전자상거래 업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