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T기업들이 그동안 틈새시장 정도로 여겼던 SMB(Small & Medium Business) 시장에 주력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기위축에 따른 새로운 시장개척의 필요성 때문이다. 그동안 IT수요를 견인해온 대기업들의 투자여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자 그 대체시장으로 SMB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은 물론 미국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단시일 내에 IT시장이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란 기대가 더욱 멀어짐에 따라 이 시장 공략을 위한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HP와 컴팩의 합병으로 인한 IT 지형변화도 한몫 거들고 있다. PC와 IA서버를 내세워 SMB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컴팩을 HP가 합병하게 됨에 따라 HP는 IT시장을 전방위로 공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이는 전통적으로 SMB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IBM을 긴장시켰으며 IBM이 이 분야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e비즈니스의 성장에 따른 ‘온라인 비즈니스’ 시장에 대비하자는 전략도 숨어 있다.
개별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인 전략은 SMB 업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과 시스템을 한 데 묶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한국IBM은 산업·업종별로 요구가 가장 높은 핵심 솔루션을 선정해 중소기업 시장을 본격 공략하는 ‘인더스트리 솔루션 포트폴리오(ISP) 프로젝트’를 내세우고 있다. 화장품·제약·식음료 등 소비재산업그룹(CPG)을 우선 선정해 ERP·CRM·B2B 등 분야의 적합한 솔루션을 적용,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앤텍·펜타시큐리티·예스컴·바이텔·이네트 등 9개 솔루션업체와 제휴를 맺었다.
본사로부터 현재 15% 수준에 머물고 있는 중견기업 시장의 매출을 내년 5월까지 30%로 끌어올리라는 주문을 받은 한국HP는 무엇보다 컴팩코리아의 인프라 활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HP는 IA서버 위주로 펼쳐져 온 컴팩코리아의 ‘e코리아’ 프로그램을 유닉스 서버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유통·건설과 한국IBM이 강한 제약 등의 분야를 공략할 계획이다.
9월 중형제품 ‘클라릭스 CX600’ 시리즈를 출시하는 한국EMC는 하드웨어 매출 중에서 중형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5%에서 단기간내에 3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외국 IT기업들의 SMB 시장강화는 그동안 이 분야에서 ‘개미군단’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국산 업체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산 업체들이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솔루션 분야에서 국산 업체의 타격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미 오라클, SAP 등이 ERP를 중심으로 CRM, SCM 등에 대한 중견·중소기업 시장공략을 본격화하면서 토종 기업용 솔루션 기업들의 기존 입지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국IBM이 로터스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SMB용 그룹웨어 및 협업솔루션 공급에 박차를 가하면서 핸디소프트·한국정보공학·가온아이·제오스페이스 등 토종기업과 시장에서 맞닥뜨릴 태세다.
반면 IT 대기업의 SMB 전략이 성공하려면 채널영업과 양질의 솔루션 확보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국내 솔루션 기업들과 합종연횡이 활기를 띨 것이란 긍정론도 대두되고 있다.
국내 솔루션 기업들이 다국적 IT기업과 적절한 관계만 설정하면 국내 솔루션 사업자들이 주도권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