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재 LG홈쇼핑 사장
도몬 후유지(童門冬二) 지음 / 작가정신 펴냄
미국 성인교육 중에서 가장 많은 프로그램은 리더십 과정이라고 한다. 가정은 물론 작게는 조직관리부터 기업, 국가경영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성패와 색깔은 그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리더십이라는 게 그만큼 중요하고 깊은 자기성찰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하나의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나라의 살림을 맡을 지도자를 선정하는 데 있어 그 지도자의 자질과 도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올라 온 나라를 들끓게 만들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뒤를 이어 천하를 통일함으로써 일본의 근세 봉건사회를 확립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뛰어난 정치가이자 경영자로서 그가 갖고 있는 인간학과 통치전략에 초점을 맞춰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시대를 초월한 천하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세 사람 중 누구를 후계자로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일본 최고경영자 대부분이 ‘도쿠가와 이에야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일반인 사이에서 히데요시나 노부나가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경영자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노부나가가 중세 이후 일본의 낡은 가치관을 타파했고, 히데요시가 새로운 가치체계를 가진 일본을 건설했다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두 사람이 한 일을 완성시켜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관리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시대의 혼란 속에서도 도쿠가와 막부가 300년 가까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 방법, 현대의 일본 경영자들은 그것을 배우고 싶어하는 것 같다.
세 사람의 통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다. 세 사람은 두견새를 소재로 ‘하이쿠’라 부르는 일본의 짧은 시를 읊었는데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야 한다”고 했고,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울게 해야 한다”고 읊었으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노부나가가 ‘공포심’를 사용한 덤프트럭 같은 관리를 했다면 히데요시는 현자의 윤리나 도덕에 중점을 두고 부하들을 격려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리고 유지와 관리의 시기에 쇼군이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분단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쇼군이 된 지 2년 만에 자신의 직위를 아들 히데타다에게 물려주고 은둔하지만 아들에게 모든 것을 물려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성에서 다양한 인재들로 참모진을 구성해 새로운 사회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이것을 에도에 있는 아들 히데타다에게 보내 그 정책을 실행토록 했다. 즉 정책을 만드는 머리 부분은 본인이 갖고 실행을 하는 몸과 손발은 아들에게 준 것이다. 이러한 이원체제는 2대 쇼군 히데타다가 죽을 때까지 계속됐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제시하는 전략은 네 가지다. 첫째, 머리와 몸을 분리한 분단정책을 사용한다. 둘째, 한 사람에게 꽃과 열매를 동시에 주지 않는다. 셋째, 늘 민심의 동향을 파악한다. 넷째, 상인의 검소한 생활·계산능력·재능을 본받는다. 저자 도몬 후유지는 이러한 네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 방법을 일화와 함께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성·여성관·종교관·건강법·우정까지 다뤄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의 인간경영 방법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무한 경쟁시대, 한 명의 인재가 만 명을 먹여살리는 지식경영시대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철학과 방법론은 시대를 뛰어넘는 교훈과 영감을 준다. 모든 경영의 기본인 인간관리 측면에서 현대사회의 최고경영자와 정치지도자를 비롯해 조직을 이끌고 관리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