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통합법인 출범 한달 성과와 과제

 LG의 통합 유통법인이 입주해 있는 서울 문래동 LG빌딩.

 

 ‘외형은 성공, 시너지는 글쎄.’

 LG그룹의 유통 통합법인 ‘LG유통’이 출범 한달을 맞았다. LG유통은 롯데·현대·신세계 등이 주도하는 유통시장의 판도를 바꿀 ‘빅뱅’의 주역으로 출범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LG유통은 현재 강말길 부회장이 편의점인 LG25와 수퍼마켓을, 허승조 사장이 할인점인 LG마트와 LG백화점 사업을 맡는 이원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LG유통은 경영 형태를 ‘공동 대표제’가 아닌 ‘복수 대표제’임을 강조한다. 모든 사업을 서로 협력해 결정하는 공동 대표가 아닌 사업별로 완전히 분리돼 운영되는 경영방식이라는 전언이다. 복수 대표제를 표방한 LG유통은 실제로 이미 서울 문래동 빌딩으로 백화점과 마트 사업 임직원 대부분 이 옮겨왔지만 사업부별로 완전히 독립돼 운영중이다. 단 인사와 행정 등 지원부서와 업무영역이 중첩되는 구매와 물류 분야는 하나로 통합돼 업무효율을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유통이 LG홈쇼핑을 포함한 유통 지주회사 체제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LG유통과 LG홈쇼핑의 물류도 통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초부터 준비한 전사적자원관리(ERP), 그룹웨어 등 정보시스템 통합작업도 순조롭게 끝나 별다른 무리없이 가동중이다.

 출범 한달을 맞는 통합법인 LG유통은 우선 기업 규모 면에서 성공작이라는 평가다. 자산 1조2000억원, 자기자본 3800억원으로 롯데와 현대에 버금가는 규모를 갖췄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2조8000억원에 달해 매출액 기준만으로 이미 유통업계 3위인 현대백화점과 엇비슷한 수준에 도달, 외형으로는 ‘빅4 체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각 사업 부문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핵심 역량 공유를 통해 시너지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덩치를 키워 구매력을 높이고 물류 비용을 절감하며 자체브랜드(PB)상품 개발 등 일부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지만 평면적인 사업 운영 방식이 도리어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법인은 TV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 등 온라인 쇼핑을 제외한 백화점·할인점·편의점 등 소매 유통 사업을 모두 망라하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다른 유통업체에 밀리는 상황이다. 이런 면에서 LG유통의 당면과제는 ‘선택과 집중’이다. 문어발 식으로 사업부를 늘려 나가기보다는 전략 사업과 그렇지 못한 사업을 구분해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LG유통의 강점인 지나친 사업부 독립 체제가 도리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합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사업부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않으면 외형만 번듯한 공룡기업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출범 한달을 맞는 LG유통이 과연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십분 활용해 국내 유통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