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정보통신, 현대 멀티캡 인수 소걸음

 우호적 M&A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삼보정보통신의 현대멀티캡 인수작업이 두 회사 경영진간에 알력을 빚으며 적대적 M&A로 뒤바뀌는 인상이 짙어지면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보정보통신(대표 강웅철)은 지난 5월 29일 장내에서 전격적으로 현대멀티캡 지분의 10.1%를 매입, 최대주주로 부상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컴퓨터통신통합(CTI)시스템과 LCD모니터가 주력인 삼보정보통신은 현대멀티캡을 인수해 통신과 컴퓨터를 결합한 신규사업에 나서겠다는 포석이었다.

 당시 삼보정보통신의 고위 관계자는 “현대멀티캡 주식을 매입하기 이전에 최대주주인 최병진 사장과 우호적 M&A에 대해 긍정적인 회답을 받은 상태였으며 이를 기초로 현대멀티캡 경영권 인수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최병진 사장은 당시 2.38%의 지분으로 현대멀티캡의 최대주주였다. 삼보정보통신은 장내에서 매입한 지분과 최 사장 및 최 사장의 우호지분을 합칠 경우 경영권 확보가 무난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사태는 생각과 달리 꼬여버렸다. 최병진 사장은 M&A 발표후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한동안 잠적했고 얼마 후에는 전격 사임해버렸다. 최 사장의 잠적과 사임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사 경영진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멀티캡 경영진은 최 사장이 사임하자 곧바로 김인철 이사를 사장으로 선임, 최대주주인 삼보정보통신과 정면대결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업계에서는 최 사장 후임으로 삼보정보통신의 최대주주사인 디오시스컴퓨터의 이군희 사장이 선임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보정보통신은 최대주주의 의사에 반하는 사장선임 과정에서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더욱이 삼보정보통신은 그동안 주식매입을 통해 지분을 늘리기는커녕 최근에는 지분이 9.92%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삼보정보통신측은 “당초 계획과는 달리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어차피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조만간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인철 신임사장의 경우 임시이사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최대주주의 자격으로 이번 신임사장 선임과정의 적법성을 따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멀티캡의 한 관계자는 “이번 M&A건에 대해 내부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며 “앞으로 상황을 봐야겠지만 자체적으로 현대멀티캡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