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업종이나 개별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전망도 가능합니다. 제가 내놓은 경기전망이 실제와 맞아떨어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고유선 메리츠증권 연구위원(32)은 국내 유일의 여성 이코노미스트다. 증권사 리서치 분야에서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외 거시경제와 경기전반을 진단하고 분석하는 일을 담당한다. 인원수는 1개 증권사당 1∼2명 내외로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나 투자전략을 세우는 스트래티지스트보다는 그 수가 월등히 적은 편이다.
고유선 연구위원은 학교 때부터 거시경제 분야를 전공했고 첫 직장인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해서부터 거시경제 분석을 담당해왔다. 어느덧 경력 8년차의 중견 이코노미스트로 자리잡았다.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서 법인팀과의 미팅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동향 파악, 장중 국내 이슈와 뉴스 체크, 경제정책 발표와 보고서 작성 등으로 보통 밤 9시께나 퇴근하는 고된 업무지만 고유선 연구위원의 일에 대한 욕심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연초에 ‘한국경제는 버블인가’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과도한 통화량과 부동산·금리문제 등을 지적한 적이 있는데 이를 계기로 재경부와 한국은행에서 지속적인 자료요청도 있고 한국은행에서 금리에 대한 조정이 있었던 것이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라며 그는 웃었다.
고 위원은 사실을 근거로 해서 내놓은 것이라도 부정적인 전망일 경우에는 이를 회피하거나 무시하려는 투자 분위기는 아쉽다고 말한다. 지난 4월 주가가 900선을 넘어선 상태에서 주가하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자, 많은 펀드매니저나 경제정책가들이 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그냥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많았었다는 얘기다.
고유선 위원의 남편도 다른 증권사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채롭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가급적 일과 관련한 얘기는 삼가는 편이라고 한다. “부부지만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고집을 피워 다투는 일을 만들기 싫어 집에서는 가벼운 정보교환만 있을 뿐 일과 관련한 대화는 적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경기상황을 짧게 설명해달라고 부탁해봤다.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경제의 현 단계는 전형적인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의 회복국면에 있습니다.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전 기대보다 모멘텀이 많이 약해진 것도 사실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 “기업들의 체질이 예전보다 좋아지는 점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전반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