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업체 M&A 시장에서 ‘외면’

 정보보호업체들이 기업간 인수합병(M&A)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유망 기술 벤처군’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천정부지로 몸값이 올랐던 정보보호업체들은 지난해 중순부터 경기침체와 실적악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과다한 고정비 등으로 인한 자금란을 겪자 올 들어 잇따라 M&A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2분기까지 진행되던 M&A건이 대부분 가격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으며 일부업체들이 추진하던 자금 유치도 별다른 진전이 없어 정보보호업체들이 M&A와 자금시장에서 외면을 당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까지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정보보호업체들은 솔루션, 서비스, 컨설팅 등 정보보호 전분야를 망라해 10여개에 이른다. 이중엔 코스닥에 등록한 기업도 2, 3개가 있으며 지난해 정통부로부터 지정받은 정보보호 전문업체도 포함됐다.

 정보보호 전문업체인 A사는 지난해 200억원대의 몸값을 자랑했으나 올들어 가격이 100분의 1로 급락했다. 지난해 말부터 매각을 꾸준히 추진했던 A사는 지난달 B사와 협상과정에서 심각한 가격차이를 보이면서 결렬됐다. 당시 A사는 매각가격으로 10억원을 요구했으나 인수를 검토했던 B사는 2억원을 제시, 결국 8억원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인수협상에 참여했던 B사 고위 관계자는 “A사측이 시장현황을 너무 모르는 것 같더라”며 “가격차이뿐만 아니라 일부 전문인력 외에는 별다른 이득이 없어 포기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정보보호 전문업체인 C사는 자금란이 심화되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올 2분기에 컨설팅사업부의 매각에 나섰다. C사는 정보보호 컨설팅사업을 강화하려는 I사, N사 등 2, 3개 업체와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했으나 최근 정통부가 오는 10월 정보보호 전문업체를 추가지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C사 컨설팅사업부를 인수하려던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추가 정보보호 전문업체 지정에 신청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사는 최근 매각계획을 철회했으며 고정비 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중이다.

 정보보호 1세대로 종합업체인 D사의 경우 그동안 몸집이 비대해지면서 비용부담이 커진데다가 대규모 부채에 시달리자 올들어 코스닥 등록업체인 H사에 인수를 제의했다. 그러나 H사가 D사의 재무현황을 비롯해 각종 경영현황을 실사한 결과 부실 정도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자 인수를 포기했다. H사 관계자는 “실사결과 많은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없는데다가 인력이 너무 많아 고정비 지출도 크고 부채상황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매각협상이 진행됐다 결렬된 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올들어 매물로 나온 5, 6개사는 인수의사 타진조차 받지 못해 M&A시장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보보호업체들이 M&A와 자금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쟁력 약화”라며 “실적이 저조한 사업 중단과 인력감축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몸집 줄이기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간의 합종연횡을 추진하는 등 업계 전체적으로 활로 찾기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