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철을 주원료로 한 세라믹의 일종으로 전자기적 특성을 지닌 자성부품인 페라이트 코어(ferrite core) 산업의 최근 화두는 단연 ‘중국’이다. 페라이트 코어 업계는 핵심 디바이스인 컬러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세계 생산량의 상당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어 중국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의 여부가 성공의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산업 전반이 중국에 현지공장을 건설하고 사업의 무게중심을 중국 두는 추세지만 국내 페라이트 코어 업계는 중국시장을 두고 20여개가 넘는 일본·중국·대만 경쟁업체와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앞으로 5년 안내 중국시장 점유경쟁에서 살아남느냐의 여부에 따라 페라이트 코어 업계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페라이트 코어 산업의 양대산맥인 삼화전자와 이수세라믹이 중국과 한국에서 생산하는 페라이트 코어의 양은 전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기술력과 생산량 면에서도 세계 정상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공급가격 하락과 전방산업인 CRT시장의 침체, 세계적인 정보기술(IT)산업 침체 등으로 현재 재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페라이트 코어 공급가격은 현재 중국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당연히 업계의 채산성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존폐위기에 놓였다’고까지 말한다. 구조조정과 생산비 절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마른 수건에서 물 짜내기’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차세대 IT산업의 주역으로 꼽히는 평판디스플레이(FPD)의 약진으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페라이트 코어의 주 공급처인 편향요크(DY) 코어와 플라이백트랜스포머(FBT)가 사용되지 않는 FPD시장이 커질수록 매출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제품으로 기대를 모아 한때 공급부족 현상까지 있었던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용 코어도 업체간 증설경쟁과 산업성숙으로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포화돼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총체적 위기에 놓인 페라이트 코어 업계의 돌파구는 역시 ‘고부가가치 코어’다. 현재 코어업계가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코어와 이동통신단말기용 코어 개발에 힘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용 코어는 전자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큰 시장. 5년 이후 통할 제품으로 세계시장에 통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용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형화·집적화되는 이동통신단말기 시장선점을 위해 일본·중국이 아직 개발하지 않은 틈새시장도 페라이트 코어 시장 부활의 주춧돌로 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록 이동통신단말기용 코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면에서 늦은감이 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후발국의 추격권에서 멀어지는 것만이 국내 업체들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