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동통신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비동기식 IMT2000서비스 연기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에 기대를 걸고 수천억원을 투자해온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스템 사업을 이끌어오고 있는 두 회사는 그동안 동기식 IMT2000 장비개발에 주력하면서도 신규 시장으로 떠오를 비동기식 IMT2000 시장을 잡기 위해 지난 수년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하며 장비개발에 많은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 실시된 KT아이컴의 IMT2000 장비입찰 과정에서 물량규모가 크게 축소된 데 이어 최근 사업자들의 서비스 연기 발언이 잇따라 나오자 투자금액을 회수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업체는 국내 비동기식 IMT2000서비스가 지연될 경우 해외진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규모상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출이 중요하지만 국내 서비스가 지연돼 실제 장비운용이 늦어질 경우 해외시장에서 장비성능을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국산 CDMA장비가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국내 레퍼런스 사이트를 기반으로 영업을 펼쳤기 때문”이라며 “운용사례가 없는 장비를 누가 거들떠보겠느냐”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 IT산업의 주축을 이루는 CDMA 휴대폰 산업이 세계 정상에 오른 것도 CDMA시스템에 대한 투자와 개발이 선행됐기 때문이라며 IT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비동기식 IMT2000서비스가 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장비업체의 또다른 고민은 최근 사업자들의 움직임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이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모두 KT아이컴과 SKIMT에 장비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LG전자는 KT아이컴과 장비공급 계약체결을 놓고 막판 가격협상을 진행중이기 때문에 더욱 목소리를 높이기 힘든 상황이다.
올들어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일본 등지에 이동통신장비 공급을 성사시키며 해외시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두 회사에 뜻밖의 암초로 자리잡은 비동기식 IMT2000서비스 연기론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